경제개혁연구소 금융사 사외이사 447명 분석
전체 사외이사 중 46%가 독립·전문성 의문
IBK는 이복실 전 차관·강일원 청와대 행정관 선임
효성캐피탈은 조석래 회장 재판 변호인을 임명
전체 사외이사 중 46%가 독립·전문성 의문
IBK는 이복실 전 차관·강일원 청와대 행정관 선임
효성캐피탈은 조석래 회장 재판 변호인을 임명
우리은행의 자회사인 우리카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인척을 국정원에서만 30년간 근무해 금융분야의 경험이 없는데도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실이 드러나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금융 전문성이 없거나 정부·금융감독당국·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이 의심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올해 봄에 주총을 연 국내 109개 금융사의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2016년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 보고서’에서 전체 사외이사 447명 가운데 46.1%인 206명이 전문성이나 독립성이 의심된다고 14알 밝혔다.
전문성이 없는데도 낙하산으로 선임된 대표 사례로는 우리카드가 지난해 4월에 선임한 반채인 사외이사가 꼽혔다. 반씨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가까운 인척으로, 국정원에서 30년간 재직했다. 우리카드는 반씨 선임과정에서 법규로 정해진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카드는 2015년 3월26일 정기주총이 끝난 뒤 1주일이 지난 4월3일 임시주총을 열어 반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규정상 사외이사 선임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거쳐야 하는데, 후보추천위는 임시주총 당일에 열려 반씨를 추천해, 사실상 요식행위였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주총(공고)일 이전에 사외이사 추천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데 반씨는 임시주총 4일 뒤인 4월 8일 늑장 공시됐다.
우리카드는 “사외이사 후보는 지분 100%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추천하기 때문에 반 사외이사의 추천 이유나 배경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개별 인사내용에 대해서는 파악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반씨의 사외이사 선임 배경과 관련해서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독자 판단, 반 총장의 청탁, 청와대·국정원 등 외부의 낙하산 요청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씨는 이에 대해 “우리은행쪽으로부터 임시주총 며칠 전에 후보로 추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사외이사 선임은 반 총장이나 국정원과는 상관 없고, 나도 잘 모른다”고 밝혔다. 반씨는 또 “반 총장과는 가까운 집안 관계”라고 말했다. 반씨는 2014년 말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씨와 함께 반 총장의 대선준비조직으로 소문난 ‘비트허브’의 상임고문을 맡았다가, 논란이 되자 동시 사임했다.
아이비케이(IBK)연금보험의 사외이사인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도 낙하산 사례로 지적됐다. 이 전 차관은 올해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신청해 탈락했고, 금융 경력은 전혀 없다. 아이비케이캐피탈의 탁세진 사외이사도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무국장 출신으로 금융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아이비케이저축은행은 지난달 21일 강일원 전 청와대 행정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논란을 빚었다. 강 사외이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줄곧 일하다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9월 사임한 뒤 부천 소사구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당내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의심되는 사례로는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이 지난해 10월 선임한 김대희 변호사와 박종렬 변호사가 꼽혔다. 김 변호사는 2014년 3월까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배임횡령탈세 사건의 1심 재판에서 변호를 맡았고, 박 변호사는 조 회장의 2심 재판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이다. 삼성증권은 이건희 회장의 상속분쟁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 소속의 문경태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14년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도입, 2015년 금융사지배구조법 제정으로 사외이사 자격기준이 강화됐으나, 실제로는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임명되거나 회사 및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있어 독립성이 의심되는 인사들이 여전히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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