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대기업들 가운데 처음으로 남성 직원 육아휴직을 의무화한다. 통상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며 한 달은 무조건 휴직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롯데는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여성 리더십 포럼 ‘제5회 롯데 와우(WOW:Way of Women) 포럼’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전 계열사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는데도 회사 눈치를 보느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전체 기업 가운데 사실상 최초의 시도로, 배우자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워킹맘의 경력 단절 예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롯데는 가계 부담 때문에 육아휴직을 주저하는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휴직 첫 달 통상임금을 100% 보전해주기로 했다. 정부에서 주는 육아휴직급여 상한은 월 100만원인데, 통상임금과의 차액을 회사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한 달 의무 육아휴직은 외벌이 직원은 출산 1년 안에, 맞벌이는 아내와 번갈아 쓸 수 있도록 출산 후 2년 안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롯데는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되는 남성 직원이 연간 1300명가량 될 것으로 추정했다.
2007년부터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사용자는 해마다 늘지만 아직 전체 육아휴직자의 10%를 밑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현재 남성 육아휴직자는 53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2% 증가했다. 육아휴직자 6만7873명 가운데 남성 비율은 7.9%로 전년 동기(5.4%)에 견줘 2.3%포인트 늘었다. 스웨덴은 1995년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1978년 1.6명에서 2012년에는 1.91명으로 올라갔다.
롯데는 여성 육아휴직자들에게도 첫 달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또 현재 최장 1년인 육아휴직을 2년(뒤의 1년은 무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는 2012년부터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출산과 함께 육아휴직을 쓰는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뒤 여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95%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계열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2014년부터 2년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의무 육아휴직은 남성의 육아 분담 문화를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여성 비율이 높은 유통기업 신세계도 육아휴직 가능 기간을 2년으로 늘렸고 임신 중 출산휴직 제도를 시행중이다. 또 신세계, 삼성전자, 엘지(LG) 계열사 등에서는 출산 고령화를 반영한 난임휴직도 도입했다. 롯데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줄어들면 국가와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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