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여성일수록 출산 기회비용 커
3천만원 이하 0.78명, 1억 이상 0.69명
결혼 5년 이내 부부 35% 자녀 없어
유주택·외벌이 부부가 아이 더 낳아
주거·소득·돌봄 안정성이 출산 좌우
“장시간 근로 줄이고 육아 지원을”
3천만원 이하 0.78명, 1억 이상 0.69명
결혼 5년 이내 부부 35% 자녀 없어
유주택·외벌이 부부가 아이 더 낳아
주거·소득·돌봄 안정성이 출산 좌우
“장시간 근로 줄이고 육아 지원을”
소득이 많아 생활에 여유가 있으면 아이를 많이 낳을까?
통계청의 신혼부부 자녀 현황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맞벌이보다는 소득이 적은 외벌이가 자녀 수가 많았으며, 맞벌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수가 오히려 더 적어졌다. 맞벌이 부부의 버거운 육아환경이나 육아로 인한 고소득자의 기회비용 상실 문제가 소득의 많고 적음보다 자녀 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26일 통계청은 결혼 5년차 이내(2015년 11월1일 기준)의 초혼 신혼부부 전체(117만9006쌍)의 출산과 경제활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신혼부부의 35.5%(41만9000쌍)가 자녀를 출산하지 않았다. 평균 출생아 수는 0.82명이었다.
외벌이 부부보다 맞벌이 부부의 평균 자녀 수가 적었다. 외벌이 부부는 자녀를 둔 경우가 70.1%이고 평균 출생아 수는 0.9명이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둔 경우가 57.9%에 평균 출생아 수는 0.72명에 그쳤다.
외벌이 신혼부부가 맞벌이 신혼부부보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서 더 많은 자녀를 출산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임금소득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외벌이 부부는 연소득 3천만~5천만원 구간에 40%, 1천만~3천만원 구간에 27.1%가 몰려 있었다. 맞벌이 부부는 연소득 5천만~7천만원과 7천만~1억원 구간에 각각 27.4%, 27%가 분포해 있었다.
더욱이 맞벌이 신혼부부는 소득이 높을수록 평균 출생아 수가 적었다. 연소득 1천만~3천만원 구간에서 평균 출생아 수가 0.78명인 데 반해, 5천만~7천만원 구간은 0.69명, 1억원 이상 고소득 가정의 경우는 0.63명에 불과했다. 김경해 통계청 행정통계과 사무관은 “여성이 고소득·전문직종에 종사하는 경우 출산·육아로 인한 기회비용도 그만큼 커진다고 판단해 맞벌이 부부는 소득이 오를수록 평균 출생아 수가 적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외벌이 신혼부부는 맞벌이 부부에 견줬을 때 소득구간별로 평균 자녀 수에 큰 차이가 없는 편이었다. 특히 연소득 3천만원 이상 구간에서는 평균 출생아 수가 0.91명으로 동일해 소득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신혼부부 사이에서도 여성의 육아 전담이라는 해묵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단서는 혼인 연차별 유자녀 비중과 맞벌이 비중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결혼 1년차 부부는 맞벌이 비중이 50%에 이르렀지만, 2년차는 44.5%, 5년차는 39.7%로 낮아졌다. 반면 유자녀 비중은 결혼 1년차 부부는 22.9%, 2년차는 55.5%, 5년차는 87.1%로 점점 커졌다.
주거 안정성도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시점에서 신혼부부의 주택소유 여부에 따른 출산 현황을 보면, 유주택 부부는 자녀를 둔 비중이 68.4%에, 평균 출생아 수가 0.88명이었다. 무주택 부부보다 각각 6.9%포인트, 0.11명이 더 많았다.
결국 신혼부부의 출산을 촉진하는 것은 돌봄·소득·주거의 ‘안정성’인 것으로 보인다. 외벌이 부부처럼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볼 존재가 확보되고, 안정적 소득(연소득 3천만원 이상)을 올리며, 주택을 소유한 상황에서 자녀 수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만큼 출산하려면, 기업들이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근본적으로 장시간 근로를 줄여 적어도 부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저녁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장소 유연근무제도 필요하고, 기업에서 아이 돌보미를 지원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들이 가사 분담률을 높여야 한다. 현재 남성들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여성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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