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퀄컴 비즈니스모델 첫 제재
인텔 등 칩셋업체에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거절
삼성·엘지 등 휴대폰사에 부당 라이선스계약 강제
퀄컴 “기존 특허관행에 혼란” 법원에 소송키로
인텔 등 칩셋업체에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거절
삼성·엘지 등 휴대폰사에 부당 라이선스계약 강제
퀄컴 “기존 특허관행에 혼란” 법원에 소송키로
‘통신공룡’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28일 글로벌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와 모뎀칩셋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인 미국의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퀄컴은 2009년에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단일기업 기준 사상 최대인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7년 만에 다시 과징금 최고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조사결과 퀄컴은 자신이 보유한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시디엠에이(CDMA), 더블유씨디엠에이(WCDMA), 엘티이(LTE) 등과 관련한 표준필수특허에 대해 ‘프랜드 확약’을 선언하고도, 미국의 인텔, 대만의 미디어텍 등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라이센스 제공을 거절·제한하는 대신 삼성·엘지 등 휴대폰 제조업체에게 칩셋공급을 볼모로 해서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강제하는 횡포를 부렸다. 프랜드 확약은 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특허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퀄컴은 또 휴대폰 제조업체에 포괄적 라이센스만 제공하면서 정당한 대가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하고, 휴대폰 제조업체 특허를 자신에게 무상으로 라이선스하게 하는 부당계약을 강요했다. 공정위는 “퀄컴으로서는 제품가격이 대당 80~9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싼 휴대폰을 기반으로 특허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것이 가격이 수십달러로 상대적으로 싼 칩셋을 기반으로 계약을 맺는 것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1985년 설립된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와 모뎀칩셋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로 지난해 총 매출액이 251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과 엘지 등에 모뎀칩셋과 특허 라이센스 제공하며 지난해 약 40억달러(약 4조5천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근거에 대해 “2009년 11월 이후 7년동안 관련매출액 38조원에 대해 2.7%의 과징금 부과율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퀄컴의 특허 라이센스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문제삼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 심의과정에 삼성과 엘지 등 국내 업체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애플·인텔·엔비디아,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의 화웨이, 스웨덴의 에릭슨 등 세계 유명 아이시티 기업들이 참여하는 등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사건처리를 주도한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퀄컴을 배타적 수혜자로 하는 폐쇄적인 생태계를 산업참여자가 누구든 자신이 이룬 혁신의 인센티브를 누리는 개방적인 생태계로 돌려놓기 위한 조처다. 이동통신업계의 공정경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대만 정부도 퀄컴을 상대로 같은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2월 퀄컴에 1조원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한국 공정위가 퀄컴의 비즈니스모델을 문제삼은 것과 달리 화웨이 등 중국 휴대폰 업체들로부터 과도한 로얄티를 받는 것에 대해 제재했다.
이번 결정은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을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향후 세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제조사들의 특허료 부담을 낮추고, 다른 칩셋 제조사들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결정은 수십년동안 유지돼온 기존 특허관행에 혼란을 줄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반발했다. 퀄컴은 내심 공정위 제재가 삼성, 엘지 등 한국의 휴대폰 제조업체들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갖고 있다. 미국은 공정위 심의과정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나 미국무역대표부 등을 통해 항의 뜻을 표시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력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한국 업체들에 혜택을 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번 조처로 미국 업체인 애플과 인텔도 혜택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자료: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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