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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특허 갑질’ 퀄컴에 사상최대 1조원 과징금 부과

등록 2016-12-28 17:18수정 2016-12-28 21:49

공정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라이선스 방식 제재는 세계 처음
차별없이 특허 제공 의무 외면
휴대폰 제조사엔 부당계약 강요
공정위 “개방적 생태계 위한 조처”
퀄컴 “기존 관행에 혼란” 소송 방침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관계자가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살피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관계자가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살피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특허 공룡’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이유로 1조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과징금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점과 함께 퀄컴의 라이선스 사업 방식을 처음으로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28일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와 모뎀칩셋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인 미국의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경쟁 업체들과의 라이선스 협상에 성실히 나서고 휴대폰 제조사들에는 부당한 계약 조건 강요를 금지해야 한다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퀄컴은 2009년에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단일 기업 기준 사상 최대인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7년 만에 과징금 최고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퀄컴의 특허 비즈니스모델을 문제삼아 제재한 것은 전 세계 경쟁당국 가운데 한국 공정위가 처음이다.

1985년 설립된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2세대 시디엠에이(CDMA), 3세대 더블유시디엠에이(WCDMA), 4세대 엘티이(LTE) 등과 관련된 표준필수특허를 세대별로 16~90% 이상 보유한 독과점 사업자다. 이동통신 정보를 신호로, 신호를 다시 정보로 바꿔주는 핵심 부품인 모뎀칩셋 시장점유율이 세대별로 32.3~69.4%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251억달러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에 모뎀칩셋과 특허 라이선스를 함께 팔아 약 40억달러(약 4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정위는 과징금이 1조원에 달한 이유에 대해 “2009년 11월 이후 7년간 관련 매출 38조원에 대해 2.7%의 과징금 부과율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퀄컴 같은 유형의 법위반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의 최대 3%까지 부과할 수 있다.

퀄컴은 자사 특허가 필수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하는 표준필수특허 지위를 인정받는 대가로 ‘프랜드 확약’을 선언했다. 이는 특허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할 의무를 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 인텔이나 대만의 미디어텍 등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하며 프랜드 확약을 준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휴대폰 제조업체에게 모뎀칩셋 공급을 볼모로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하는 횡포를 부렸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퀄컴으로서는 대당 80만~90만원으로 비싼 휴대폰을 기반으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이 가격이 수십달러로 상대적으로 싼 모뎀칩셋을 기반으로 계약하는 것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불필요한 부분까지 들어간 포괄적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휴대폰 제조사 특허를 자사에 무상으로 제공하게 하는 부당 계약을 강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퀄컴이 이렇게 여러 겹의 경쟁 제한과 부당 계약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경쟁사들을 고사시켰다고 결론냈다.

공정위 심의 과정에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미국의 애플·인텔·엔비디아,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의 화웨이 등이 직접 참여하는 등 세계적으로 관심이 모아졌다. 공정위 제재로 휴대폰 제조사들은 앞으로 특허료 부담이 낮아지고, 다른 칩셋 제조사들도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퀄컴을 배타적 수혜자로 하는 폐쇄적 생태계를 누구든 자신이 이룬 혁신의 인센티브를 누리는 개방적 생태계로 돌려놓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미국과 대만 정부도 퀄컴을 상대로 같은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1조원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한국 공정위가 비즈니스모델 전반을 문제삼은 것과 달리 화웨이 등 중국 휴대폰 업체들로부터 과도한 로열티를 받고 특허 끼워팔기를 했다는 이유로 제재했다.

퀄컴은 “수십년간 유지돼온 기존 특허 관행에 혼란을 줄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반발했다. 퀄컴은 공정위 제재가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갖고 있다.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나 미국무역대표부가 항의 뜻을 표시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력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한국 업체들에 혜택을 준다는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번 조처로 미국 업체인 애플과 인텔도 혜택을 본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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