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CES에서 공개한 공항용 청소로봇.
‘3분후 도착.’ 스마트폰 우버 앱에서 메시지가 뜨자 호텔 앞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택시는 못 본 척 했다. 잠시 후 저니가 모는 은색 닷지가 도착했다. 4일(현지시각) 국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개막을 하루 앞두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기자회견으로 기선을 제압하려고 나섰다. 그 현장인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 가기 위해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를 이용했다.
저니는 우버 운전기사 직업이 괜찮다고 했다.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며 시간당 평균 22달러를 번다고 했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가 2022년 또는 2018년이 되어야 시급 15달러 수준으로 오른다. 트럭 운전도 했던 저니는 우버가 좋다고 했다. 저니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인공지능(AI)·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 각종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했다.
‘연결’은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올해 50돌을 맞은 시이에스는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인류에게 던져줄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전날 밤 현대자동차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야간 자율주행차 시연을 했다. 전기차 아이오닉에 라이다(레이저 레이더) 3개와 스테레오 카메라를 장착해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지형 현대차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도로의 연석(보도 경계석)과 신호등, 주변 차량을 인식해 사람보다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타본 자율주행차는 야간에도 정해진 속도를 넘지 않고, 횡단보도 주변 사람을 정확히 인식해 정지하는 등 안전 운전의 단계가 꽤 올라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인텔, BMW, 모빌아이가 함께 제작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디자인이 2017 CES에서 공개됐다. 인텔 제공
시이에스의 첫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꺼낸 것도 ‘자율주행차’였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앞서가는 엔비디아는 아우디와 함께 2020년 출시 예정인 완전 자율주행 스포츠실용차(SUV)에 인공지능 컴퓨터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인텔도 이날 베엠베(BMW)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하반기까지 자율주행차 40여대를 도로 위에 올려 테스트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스 프뢸리히 베엠베 이사는 “이 테스트는 2021년 베엠베그룹 최초의 완전 자율주행차인 ‘iNEXT’ 출시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팀 백스터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와 아이티(IT) 업체 등의 협업에 힘입어 자율주행차를 도로에서 볼 날이 앞당겨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이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려면 궁극적으로 ‘연결성’(커넥티비티)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기상과 도로 조건에서도 안전하게 운행되려면 주변 차나 신호등·관제센터와 계속해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필수인 것이다.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도 연결이 핵심인 자율주행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주 당국의 규제에 멈췄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이용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운전기사로 쓰는 것보다 더 안전하고 수익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우버 운전기사 저니는 자신의 동네에서 벌어지는 아이티 업체들의 혁신 경쟁이 자신이 좋다고 한 일자리를 위협하는 줄은 알고 있을까. 저니뿐만이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자율주행차 개발이 “통근 스트레스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택시나 버스 운전대를 놓아야 할 수많은 운송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위협받게 될 것이다. 엘지(LG)전자가 개발한 공항용 로봇에 청소 기능이 장착되면 공항 용역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이번 시이에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논의가 본격화되는 ‘기본소득’ 얘기가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완 기자
wani@hani.co.kr
자동차부품업체 콘티넨탈이 자율주행을 위해 자동차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차세대 모델을 2017 CES에서 공개했다. 콘티넨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