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봉천동 동반성장연구소에서 저서 ‘우리가 가야할 나라-동반성장이 답이다’에 대해 설명하며 대선출마 뜻을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우리가 가야할 나라-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에 앞서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잘사는 ‘동반성장’을 한국사회의 새로운 사회작동 원리이자 위기극복의 해법으로 제시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 봉천동 동반성장연구소에서 가졌다.
정 전 총리는 서울대 총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해 스스로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처할 정도로 동반성장 이념 확산에 주력해왔다. 책은 그가 매달 한번씩 동반성장포럼을 열어 발표한 글과 전국 각지에서 200차례 이상 가진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한국의 대표적 ‘케인지안’으로 불리는 경제학자 출신답게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동반성장이라는 새로운 사회작동원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본주의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실현하면서 동시에 각자가 ‘공정한 관찰자’가 되어 개인의 이기심과 탐욕을 제어하는 사회작동원리를 가졌고, 1930년대 이후 케인즈적 자본주의는 개인의 공정한 관찰자 개념을 국가로 확대한 것이다. 1970년대 말 이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개인과 국가라는 공정한 관찰자를 일체 부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에 맡기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전환 요구에 봉착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의 두가지 큰 원칙으로 ‘함께 잘사는 사회’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회’를 제시하며, “총체적 사회변혁은 사회작동원리의 변화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고문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각각 강조하는 ‘공정성장’과 ‘경제민주화’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의 공정성장은 공정한 경제활동에 주안점을 두지만 개인의 능력차이를 간과하기 때문에 10년 정도 지나면 양극화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고,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는 강자가 불공정하게 약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공정성장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동반성장이 제기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주체들이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로서 포괄 범위와 대상이 훨씬 넓다”고 말했다. 그는 “일 예로 근로자가 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계약을 거부할 수 있으려면,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본생활을 할 수 있고, 빨리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리는 2010~2011년 동반성장위원장 시절의 평가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부 사업에 대한 중소기업 우선 발주 등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으나, 동반성장사회 구축이라는 근본 변화까지 이루지는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동반성장의 대표정책과 관련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정부발주 사업의 중소기업 우선 발주라는 ‘동반성장 3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목표한 이익보다 초과 달성하면 그 일부를 중소기업에 돌려주는 제도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는 대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으로 중소기업 업종과 골목상권까지 잠식하는 것을 막는 제도다. 현재 20억원 이하 정부 사업에 적용되는 중소기업 우선 발주 제도는 5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어린이, 청년, 노인, 사회적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제도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를 통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 가계 및 중소기업 부채 대폭 경감도 제시했다. 정 전 총리는 남북한 동반성장의 필요성도 강조하면서, 남북경제협력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협상을 차기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 전 총리는 “우리사회의 문제는 대안은 다 나와 있는데, (지도자의) 개혁의지가 없는 것”이라면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릴 국민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나의 지식과 경험 등을 모두 바칠 각오가 돼있다”고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권력을 사익추구에 이용한 사람의 문제와, 이를 가능하게 만든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시스템 문제가 겹쳐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지도자를 잘 뽑고, 권력분산을 위한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대선 후보들이 강조하는 정권교체, 정치교체는 내용 변화 없이 포장만 바꾸는 것에 불과하고 (동반성장을 통한) 정책교체와 시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앞으로 각계각층의 국민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면서 “2월 중에 동반성장을 위한 국가혁신포럼을 출범시켜 매주 경제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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