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전면 시행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을 두고 영세 상공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안법은 전기용품과 유아 의류 등 일부 생활용품에 보유하도록 한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서) 적용 대상을 의류와 신발, 완구와 장신구, 가구 등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대하는 법안이다.
산업자원부는 2015년 8월 ‘전기용품안전 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안전성 유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의 종류를 줄이고 주기를 늘려 제조자 등 사업자의 영업활동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고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관리대상제품의 안전성 유지를 위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회기 말로 가고 있던 제19대 국회는 테러방지법 등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 법안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의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법안은 같은 해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같은 해 12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6년 1월27일 공포됐다. 법안 공포 후 1년간 주어지는 유예기간 동안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거의 없었다.
정부는 법안 제안이유 중 하나로 “사업자의 영업활동에 대한 부담 경감”을 꼽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반대다. 전안법이 시행되면 KC인증 대상 생활용품을 유통하는 업체는 인증을 받은 제품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업체는 판매하려는 각각의 제품마다 적잖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무조건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의류의 경우 KC인증을 받으려면 건당 20만∼30만원가량이 든다. 인증받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유통이 기본인 대기업은 법이 시행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취급 물량이 매우 적거나 박리다매 방식으로 운영하는 영세 제조·유통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 일대를 중심으로 유행 주기가 짧은 패션 소품을 소량 유통하는 인터넷 의류 쇼핑몰들은 전안법 시행으로 새해부터 뒤숭숭한 분위기다. 게다가 옥션과 지마켓 등 국내 인터넷 오픈마켓들은 입점업체들에게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상품 목록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인터넷 오픈마켓의 한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입점업체들을 대상으로 KC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에 대한 판매 중단 공지를 내보내고 있다”며 “전안법과 관련해 입점업체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세업체 입장에서는 인증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도 제품 가격 상승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작과 판매에 아무 제약이 없던 학교 점퍼나 동호회 유니폼, 맞춤 의상 등을 만들거나 판매할 때도 앞으로는 법을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입법 취지에 대해서도 큰 인명피해를 낸 가습기 살균제 가운데 상당수가 KC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C인증만으로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개인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 국외 인터넷 상점에서 구입한 물건은 KC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차별’ 비판도 나오고 있다.
비판이 확산하자 산자부는 24일 해명자료를 내고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기준 준수 여부 확인 절차는 과거에도 있었으며, 이는 전안법 개정 이후에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산자부는 논란의 핵심이 된 제조자의 '안전성 증빙서류 강제 보관규정'과 인터넷 판매사업자의 '제품 안전인증 정보 게시 의무'를 1년간 유예해 2018년 1월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유예기간 동안 업계와 협의해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략)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기용품안전 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하여 하나의 법률로 규정하고, 안전인증을 받은 전기용품 등의 안전성 유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의 종류를 줄이고 주기를 늘려 제조자 등 사업자의 영업활동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며, (중략) 인터넷을 통한 판매업자 등에게 인터넷 홈페이지에 제품안전 관련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여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관리대상제품의 안전성 유지를 위한 감독을 강화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려는 것임.
-2015년 8월27일 전기용품안전 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정부) 제안 이유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