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0선을 돌파하자, 한 중개인이 ‘다우 20000’이라고 쓰인 모자를 쓴 채 활짝 웃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5.80포인트 오른 20068.51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기 부양 기대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넘어섰다.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55.8(0.78%) 상승한 20068.51로 거래를 마쳤다. 1896년 5월26일에 만들어진 이 지수는 1999년 닷컴버블로 1만을 넘어선 지 18년 만에 2만선을 처음 돌파했다. 다우지수는 트럼프 당선일(11월8일)부터 불과 두달여간 9.5%나 올랐다. 다우지수가 1만9천선에서 2만선으로 1000이 오르는 데는 불과 42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는 1999년 닷컴버블 때에 이어 두번째로 빠른 것이다. 에스앤피(S&P)500지수, 나스닥지수도 25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를 2만선 위로 밀어올린 힘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주에 선보이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기로 한 데 이어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등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해온 2대 송유관 사업을 재협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들 송유관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를 미국산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 급등하다 1월 들어 주춤하던 다우지수가 다시 상승세를 타는 것은 트럼프의 정책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석유업체의 송유관 건설사업을 허가하기로 함에 따라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완화되면서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런 인프라 투자와 대규모 감세, 규제 완화 등으로 경기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베팅을 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등 경기 민감주와 은행주 등이 급등했다. 지난해 11월8일부터 이달 25일까지 골드만삭스(30.7%), 제이피모간(23.1%), 보잉(17.5%) 등 주가가 크게 올랐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10년 동안 1조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했으며, 법인세 인하와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취임 당일 국정기조를 통해서도 트럼프는 10년 동안 2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 4%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다 미국 경제도 개선 기미가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 호전에 일조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3.5%를 기록했다. 신흥국 입장에서 우려되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도 미국의 단기 성장에는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트럼프의 행보가 미국으로의 수출을 막겠다기보다, 대미 수출 국가 기업들에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는 쪽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경기회복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주식시장 내부적으로 보면, 지난 20일 기준 다우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3배로 2000년 이후 평균치인 16.7배보다 다소 고평가 돼 있는 상태다.
다우지수 2만 돌파 영향으로 26일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16.54(0.81%) 오른 2083.59로 거래를 마쳤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도주인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삼성전자를 제외한 4분기 기업 이익도 좋아졌다. 미국 증시도 상승하는 등 증시 여건은 좋은데, 한국 경제 전망이 좋지 않아 상승이 제한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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