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2013년 주식 매입한 호텔신라에
풋옵션 상환금 715억원 갚지 못해
면세점 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호텔신라 “인수 가능성 희박”
2013년 주식 매입한 호텔신라에
풋옵션 상환금 715억원 갚지 못해
면세점 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호텔신라 “인수 가능성 희박”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으로 4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동화면세점이 최대주주 쪽의 경영 포기 전망과 경쟁 격화로 큰 위기를 맞았다. 면세점 업계는 지난 2년간 서울 시내면세점이 갑절로 늘어나면서 촉발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31일 업계 얘기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동화면세점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지난해 6월 호텔신라가 행사한 매도청구권(풋옵션)으로 지난달 19일까지 상환해야 할 715억원을 갚지 못해 다음달 23일까지 10% 가산금을 더한 788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김 회장 쪽은 자금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계약 때 담보로 제공한 주식 30.2%(57만6000주)를 추가로 내놓게 됐다.
김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김 회장은 2013년 보유한 동화면세점 지분 61.56% 가운데 19.9%를 600억원에 호텔신라에 넘기고, 이 돈으로 롯데관광개발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하게 했다.
1973년 광화문네거리에 문을 연 동화면세점은 대기업 면세점보다 작은 중소면세점인데도 내실 있는 성장을 해 2015년에는 워커힐면세점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내면세점이 6개에서 9개로 늘면서 실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에르메스와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도 철수해 인력을 20% 감원했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이 추가로 면세점 특허권을 따면서 경영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 김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면세시장 규모(12조2757억원)는 전년보다 33.5% 커졌다. 그러나 롯데와 호텔신라의 양강 체제가 강화되면서 한화갤러리아나 두산 면세점 같은 신규 면세점들은 적자에 허덕인다.
동화면세점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매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은 관세청으로부터 특허권을 받는 사업이기 때문에 기업이 마음대로 특허권을 양도할 수 없다. 기존 매입분에 담보 지분까지 합하면 전체 지분의 50.1%가 호텔신라에 넘어갈 수 있지만, 호텔신라 쪽은 “동화면세점 지분 청산 금액을 상환받는 게 최우선이며,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동화면세점은 “상환금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동화면세점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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