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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야금야금 오르는 물가 꼼짝마” 눈 부릅뜬 경제 엔지오

등록 2017-02-03 08:34수정 2017-02-03 08:43

경제민주화, 소비자편익 운동으로
어수선한 시국 틈타 생필품 값 급등
물가감시센터·소비자정의센터 등
감시원 두고 시장조사·원가분석
담합 의심땐 공정거래위 신고도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모니터 요원 유명희씨가 생활소비품목 가격 조사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모니터 요원 유명희씨가 생활소비품목 가격 조사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는지 연말과 연초에 일상 소비생활과 밀접한 품목마다 가격이 일제히 올랐어요.”(전민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간사)

1월1일부터 소주·맥주의 빈병 반환보증금이 각각 60원, 80원 올랐다. 음식점마다 주류 판매가를 보증금 인상분보다 더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자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전국 엔지오(NGO) 회원단체에 급히 공문을 보내 실태조사에 나섰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원 유명희(53)씨는 1월20~23일 서울 서대문구 담당 모니터요원으로 투입됐다. 음식점 27곳의 주인을 만나고 메뉴판을 확인했다. “가격이 갑자기 올라 우리 단체 소속 시장가격 감시원들이 구마다 투입돼 조사에 나섰어요. 세 군데가 벌써 가격을 올렸고, 다른 상당수 업소도 설 지나면 자기들도 올릴 거라고 하더군요.” 물가감시센터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주류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요즘 라면·맥주·식용유 등 각종 소비품목마다 값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설 특별 물가조사, 휘발유 가격·케이티엑스(KTX) 운임 적정성 분석, 맥주·음료·패스트푸드·농심라면·파리바게뜨·참치캔 가격 인상 적정성 분석, 식용유값 인상과 국제 대두 가격 추이 분석…. 물가감시센터의 지난해 11월 이후 가격 감시 활동 목록이다. ‘쏟아낸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전민선 간사는 “여러 품목에서 기습적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원가 분석을 해보면 납득할 만한 인상 사유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유수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도 “통상적으로 연말이나 봄이 오기 전에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일이 많다”고 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생활소비품목들의 심상찮은 가격 오름세 속에 시민단체들의 감시 활동이 눈부시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석유제품·통신요금·은행수수료·보험료 등 주요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가격이 자유화됐다. 요금 인허가 등 가격규제가 사라져 물가당국이 가격에 직접 간섭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 공백이 물가감시센터 같은 단체들의 새로운 활동 영역으로 등장했다.

2013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원 220만명)에 설립된 물가감시센터는 전국에 370여명의 물가감시원을 두고 가격 조사와 감시 활동을 한다. 원가 분석에 정통한 회계사 5명이 식용유·라면·맥주 등 공산품과 상수도요금 같은 서비스 가격을 정밀조사해 적정성을 따지고 분석 보고서를 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안에 2012년에 설치된 소비자정의센터도 이동통신 요금할인제의 허구성을 폭로하는가 하면, 항공운임 산출의 근거를 따지고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바 있다. 1989년 태동할 당시 노동-자본 및 기업 간 불평등 해소 등 분배 차원의 ‘경제민주화 운동’을 표방한 경실련의 활동 지평이 이제 소비자편익 운동으로 넓어지고 있다.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사무국장은 “국가의 가격 조정 역할이 퇴조했는데, 제품마다 정상적 수요-공급 논리보다는 시장경쟁 부재로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며 “소비자정의센터의 활동도 크게 보면 경제민주화 운동의 한 갈래”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가 그 후 대중적 파급력이 약화돼온 경제부문 시민단체들이 ‘시장가격 감시를 통한 소비자편익 운동’이라는 새 활동 영역으로 다시 활로를 찾은 셈이다.…

특정 품목만을 집중 감시하는 단체도 있다. 2015년 설립된 사단법인 ‘이(E) 컨슈머’(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는 매주 휘발유·경유 가격을 모니터링한 리포트를 낸다. 서울 25개 구별로 값이 가장 싸거나 비싼 주유소도 날마다 조사·발표하고, 국제 휘발유·경유 가격과 국내 정유사 판매가격을 비교해 정유사 마진 폭 정보를 알리기도 한다.

정부와 단체들 사이의 협업도 이뤄진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자물가 관리사업’으로 한 해 10억원 안팎을 물가감시센터에 지원한다. 기재부 유수영 과장은 “기업은 조직화돼 있고 자본도 집적된 반면, 소비자는 개인이고 정보가 제한된데다 가격 모니터링에 쓸 재원도 부족하다”며 “정부가 제품 가격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말하기 어렵지만, 물가감시센터의 감시·분석자료를 참고해 가격을 내릴 수 있는데도 구조적으로 막혀 있는 품목은 정책적으로 시장가격 개선을 도모한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개별 소비자 불만을 접수·구제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면, 엔지오 활동은 모든 소비자를 위한 훨씬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운동이다. 물가감시센터는 “우리나라는 독과점 품목이 많아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 많다”며 “원가 분석 내용을 기재부에 제출해 정책 반영을 요청하고, 담합이 의심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간담회를 열어 원재료 가격 등 인상 근거를 요구하고 적정 가격으로 내리라고 요청할 때도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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