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새해 첫 경제동향간담회 모두발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트럼프·브렉시트 등 대외 환경 변화를 언급하며 한국 수출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8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통상을 주제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작년 11월부터 3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세, 특히 2013년 1월 이후 4년만에 두 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수출회복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주로 기인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어 “새해 들어 불과 한 달 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기존의 세계무역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만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앞으로의 수출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외 환경변화를 언급했다. 이 총재는 “영국의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공식화했다. 또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을 통해 티피피(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화하고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정 개정을 추진키로 했고 바로 엊그제는 특정 국가 몇 개를 거론하면서 환율 조작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보호무역 정책기조를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가고 있다”며 “당초에는 공약이 다 정책으로 이행될지, 정책으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봤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출이 여전히 지디피(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대에 이르고 있다. 지금과 같이 민간소비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하면 곧바로 성장부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서 민간부문과의 공조가 대단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간기업들은 오랫동안 쌓아 온 경험과 정보가 있고 네트워크와 인적자원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통상 파고에 대응하는 데 정부에 더해 민간부문도 얼마든지 힘을 보탤 수 있고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유라시아본부장,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영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시장동향분석실장,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등 전문가 6명이 참석했다. 한국은행에서는 이 총재와 전승철 부총재보, 손욱 경제연구원장, 장민 조사국장이 참석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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