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 등 “시장경제 훼손”
“기업지배구조 개선 필요” 인정하면서 대안 없어
“전경련 재벌이익만 대변하다 위기 자초” 경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필요” 인정하면서 대안 없어
“전경련 재벌이익만 대변하다 위기 자초” 경고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개혁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대한상의가 상법개정안의 핵심내용인 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에 모두 반대했다. 상의는 기업총수의 전횡 등 폐해를 막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상법 개정 반대에 상응하는 아무런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않아 무조건 재계 기득권을 대변하다가 해체 위기를 자초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총수전횡 견제’-‘외국자본 위협’ 상법개정 격돌)
상의(회장 박용만)는 8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8~9일 이틀간 국회를 방문해 각 당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일부 기업들이 상장사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하고, 분식회계와 편법상속, 회사기회 유용 등의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구시대 유물로 극복 대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의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인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 ‘1주 1의결권’이라는 시장경제원칙 훼손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또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 선임,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등도 의사결정 지연과 왜곡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보고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러시아·칠레·멕시코만 시행하고 있다”면서 “상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의는 다만 보수언론이 상법개정 반대논리로 내세우는 외국 투기자본에 국내기업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은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해외 투기펀드 악용 소지”라고만 간단히 언급해, 경영권 위협 주장이 과장·왜곡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상의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에 모두 반대하면서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단지 지난해말 이미 도입이 확정된 기관투자자의 책임과 역할 강화를 위한 ‘스튜어드쉽코드’의 활용만 강조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는 미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일본도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 취지는 상의를 포함한 경영계가 생각하는 소수주주권 강화가 아니라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권리 재조정을 통한 주식회사의 운영에 관한 기본원리를 재정립하는 것”이라면서 “상의가 강조한 스튜어드쉽코드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상법 개정이 필요한데, 상의가 합리적 대안 제시도 없이 상법 개정에 모두 반대한다면 전경련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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