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시장은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면서 65조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적자 폭이 늘고 유통업태 간 경계도 허물어지면서 ‘치킨게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온라인쇼핑 업계 얘기를 종합하면, 주요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티몬, 쿠팡, 위메프의 영업적자가 2015년보다 개선되지 않았다. 2015년 3개 업체의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1419억원, 5470억원, 1424억원에 달했다. 2014년에는 손실이 1000억원을 넘긴 곳은 쿠팡(1215억원) 한 곳뿐이었다. 티몬 관계자는 “4월 실적 공시 때 정확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2015년과 적자 수준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위메프만이 1천억원 수준으로 적자 폭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양대 오픈마켓 중 하나인 11번가도 지난해 2000억원 가까이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네 군데 업체의 손실액만 합쳐도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만이 2015년에 이어 8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둬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매출 규모만 따지면 소셜커머스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2007년 7900억원이었던 전체 매출액이 2015년에는 8조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한 해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시장 선점을 위해 예전에 대형마트들이 벌이던 ‘십원 전쟁’이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으로 옮겨온 데다 무료배송·총알배송 등 배송 경쟁을 하며 운송과 물류 시스템에 투자를 늘려온 탓이다. 한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온라인은 커가는 시장이기 때문에 당장의 손익구조를 맞추기보다는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해 때로는 출혈경쟁도 불가피하다”며 “2018년이나 2019년까지 시장을 키우고 매출을 늘리는 데 역점을 두면서 서서히 적자 폭을 줄여가는 게 큰 그림”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64조9134억원에 달했으며 전년도보다 20.5% 늘었다. 성장이 미미한 오프라인 유통들도 온라인 시장 강화에 집중하면서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같은 온라인쇼핑 업태 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기저귀나 분유 같은 반복 구매 생필품 매출을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에 빼앗겼던 이마트는 지난해 최저가 경쟁에 나서며 온라인 이마트몰 매출이 전년에 비해 26.6%나 뛰었다. 또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올 초와 지난해 말 신선식품 유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쿠팡은 지난해 말 지역 상권 할인 카테고리를 없애면서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로 아예 업종 변경을 선언했다. 업태 간 차이가 사라지면서 무한 경쟁 양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면 지금처럼 대규모 투자를 받거나 거래액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으로 적자를 메꾸는 구조가 유지되기 힘들어 업체 간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치킨게임이라고 해도 현재 성장률이 30%에 육박하는 시장은 이쪽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쏟아붓기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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