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 핵심 경제개혁 입법 과제로 꼽혀온 상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경영권이 위협받는다고 억지 주장을 펴는 경영계, 이에 동조해 경영권 방어장치도 필요하다며 훼방을 놓는 정부·여당,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야권의 동반 책임론이 제기된다. 상법 개정 무산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및 정경유착 사태를 계기로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촛불 민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겨레>가 상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을 상대로 5가지 핵심 항목에 대한 찬반 의사를 확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백혜련 의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 등 5명은 찬성(부분 찬성 포함)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5가지 핵심 항목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대주주 등 의결권 3%로 제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전자투표제, 노동자대표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말한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과 바른정당 여상규 의원은 전자투표제에는 찬성하나 나머지 4개 사항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5가지에 모두 반대했다. 친박계인 김 의원은 지난 9일 여야 4당 원내수석부대표 모임에서 전향적 처리에 합의한 다중대표소송과 전자투표제 도입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7일로 예정된 법안심사1소위 회의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질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진태 의원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야당만으로 단독처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는 3월2일 본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를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27일 법안심사1소위 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야권은 여야 합의를 위해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만 도입하되, 다중대표소송 적용 범위를 모회사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로 한정하는 타협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법 개정을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은 실효성 없는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정경유착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재벌이 반성은커녕 개혁을 가로막는 것을 규탄한다”며 “상법 개정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자회사 적용 범위 50%)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실효성 없는 법 개정을 하느니 차라리 2월 국회 처리를 포기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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