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호인 국토부 장관, 주형환 산업부 장관, 유일호 부총리, 이기권 노동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한국 경제는 정치적 리더십이 공백기를 맞이하는 위기에 처했다. 때마침 사드 배치 여파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박과 빨라진 금리인상 등 대외 리스크마저 현실로 닥친 실정이다. 경제사령탑은 앞으로 두달여 동안 대외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추진 동력을 잃은 ‘박근혜표 경제정책’을 정리 수순에 놓아, 차기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응할 정책 여력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현재 경제팀의 당면 과제는 만만찮은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다. 먼저 사드 배치가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서 중국과의 경제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또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행보를 강화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데다 4월에 나올 예정인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도 큰 부담이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주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게 거의 확실시 되는데다 연내 두세차례로 예상됐던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가계부채가 불어난 상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대외 위기를 관리하는 것과 함께 현 경제팀은 ‘창조경제’, ‘증세 없는 복지’ 등 박근혜표 경제정책 기조들도 정리해 나가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창조경제는 대기업을 사실상 강제 동원한데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 강화가 주요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증세 없는 복지’도 한계를 드러내긴 마찬가지다. 지금 경제팀은 이런 정책들엔 힘을 빼고 실탄을 축적하는 한편, 재정정책의 방향 전환 등에 대한 고민을 진전시켜야 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장은 2017년 경제정책 가운데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재정정책의 방향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새 정부 초기에 내수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재정 여력을 준비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주말인 11~12일에도 잇따라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며 대내외 경제 현안 점검에 힘을 모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했다. 유 부총리는 탄핵 결정이 현재까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며 수출입·투자 등 실물경제에서도 특이동향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비상경제대응 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리스크 관리, 민생경제 회복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2일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여행제한 보복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관광 중소기업에 2천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도 15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미·중과 양자 회담을 추진하는 등 산적한 대외 경제 현안에 대응하기로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국내 경기악화와 대외 여건 불확실성 탓에 거시경제 위험 관리 측면에서 유일호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의 책무가 커졌다”며 “사드 문제, 미국 금리인상, 환율 보고서, 대우조선해양 자금 조달 문제 등 중요한 이슈들을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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