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백악관 내 자유무역파 목소리 커져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VS 콘 국가경제위원장 대결 구도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VS 콘 국가경제위원장 대결 구도
미국 백악관 내에서 강경 보호무역주의자들과 자유무역주의자들 간에 내분 양상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백악관 내부 인사와 통상정책을 다루는 6명 이상의 인사들을 취재한 결과, 최근 백악관 내에서 내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 백악관 관료는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격렬한 회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회의는 이번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백악관 방문 및 독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입장 정리를 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신문은 이 회의에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강경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한 반면, 골드만삭스 출신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온건한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했다.
특히 논쟁의 중심에는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한 나바로 위원장이 있다. 나바로 위원장은 논쟁적인 발언들로 인해 최근 몇주간 통상정책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복수의 인사들이 말했다. 그러나, 오벌오피스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자들 편이 선 것처럼 보였다고 한 관리는 전했다.
반면 콘 위원장은 나바로 위원장의 논쟁적 발언들을 비판하면서 그를 정책 중심에서 밀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콘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도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였다. 루이스 비데가레이 멕시코 외무장관은 지난 9일 콘 위원장 및 백악관 관리들과 회의를 마친 뒤 협상을 신속히 그리고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나프타의 광범위한 이슈들을 심층적으로 다룰 것을 주장해온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의 입장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국가경제위원회 내에서 국제무역 담당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게 될 앤드루 퀸도 콘 위원장이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수석 협상가를 맡은 인물이다. 배넌 수석전략가가 주로 활동했던 극우 매체인 브레이트바트는 지난 3일 퀸 특별보좌관을 트럼프 행정부 내 “내부의 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나바로 위원장이 공화당 의원들한테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준비가 미흡하고 애매한 태도로 의원들을 화나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강경 보호무역론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위축되면서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고율의 관세와 공격적인 보호무역 정책으로 ‘무역 전쟁'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소 사그라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바로 위원장과 면담을 추진했던 일부 외국 관료들은 콘 위원장의 스탭들에게도 안내되고 있다. 일부 외국 관료들은 콘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같은 다른 고위 관리들과 직접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한 관료는 “나바로 위원장이 갈수록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처럼 보여 두달 전보다는 덜 걱정스럽다”며 “그의 영향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부문 자문을 맡은 AFL-CIO(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 간부 시어 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의 월가 출신 베테랑들의 점증하는 영향력으로 기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 내 월가 출신들이 내전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월가 출신들은 미국 무역정책의 현상유지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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