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받는 시간당 임금액이 6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득과 소비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0%대에 머물렀다. 경기침체가 기록한 우울한 가계부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439만9천원으로 2015년(437만3천원)보다 0.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을 조사한 것(가계동향조사)은 2003년이 처음이었는데, 가구소득 증가율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증가율이 관련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가구소득은 전년 대비 1.2% 올랐다. 2015년의 가구소득 증가율도 1.6%에 그쳤다. 금융위기의 충격파에 비견될 만한 장기 침체의 늪이 이어진 셈이다. 가구소득의 67%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에서도 위기 징후가 나타났다. 2015년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만3753원을 기록해 2014년에 견줘 5.7% 줄었다. 이 통계(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보고서)는 2006년 처음 작성됐는데, 시간당 임금이 줄어든 것은 2009년에 이어 6년 만에 처음이다. 2006년 당시 9400원이었던 시간당 임금은 이때를 제외하곤 2010년 1만1155원, 2014년 1만4587원 등으로 꾸준히 올라왔다. 시간당 임금은 남자(-5.9%)가 여자(-5.4%)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남성 노동자가 경기침체의 진원지인 제조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이 탓에 국민들의 소득·소비생활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본인의 소득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1.4%에 그쳤다. 2013년보다 0.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소비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3.9%였다.
한편 국민들의 삶의 질은 가구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활동 여부와 가족관계 만족도를 묻는 조사에서 가구소득에 비례하는 경향성이 드러났다. 지난 1년 동안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느냐는 설문에 전국민 가운데 10.4%가 있다고 응답했다. 가구 소득별로는 ‘100만원 미만’에서는 5.0%에 그쳤지만, ‘600만원 이상’은 14.8%로 3배 가까이 높았다. 또 생활체육 등 각종 동호회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100만원 미만’ 가구소득층은 8.5%, ‘600만원 이상’에서는 20.5%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족관계 만족도에서도 가구소득에 따른 차이가 컸다. 배우자·자녀·배우자 부모·형제자매·배우자 형제자매·전반적인 가족관계 등 다양한 조사에서 ‘100만원 미만’ 가구소득층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고, ‘600만원 이상’ 가구소득층이 가장 높았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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