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실효세율 인상이 우선”
인상 여력 2조 수준, 효과 의문
지난 대선 땐 25% 인상 공약
이 “법인세 8%p 인상…15조 확보”
지방세 더하면 최고세율 33%로 부담 커
“OECD 중간 수준” 주장도 틀려
전문가 “표심 때문에 법인세 인상 논의만”
“소득세 중심으로 한 종합적 재원 마련 계획을”
오는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법인세와 관련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진행된 합동토론회에서 상대의 공약을 공격하며 자신의 정책이 우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겨레>가 ‘팩트체크’에 나섰다. 다만,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2일 한국신문방송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적극적 사회복지국가로 가겠다. 튼튼한 안보와 자주 국방력을 갖겠다는 틀 내에서 재정수요 배분 원칙을 줄여보겠다”고 말했지만 세금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뺐다.
1. 법인세 실효세율 vs 법인세 명목세율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전 대표의 법인세에 대한 입장은 실효세율 높이기다. 현재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고 그것도 모자라면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의 법인세 관련 토론회 주요 발언이다.
“첫 번째는 고소득자 소득세 높이겠다는 것이고 고액상속, 자본소득 과세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실효세율 높이고 그래도 부족하면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3일 1차 토론회)
“우리나라 법인세 명목 세율의 최고세율이 OECD 평균에 비해서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거든요. 22%인데, OECD 평균은 22.8% 정도다. 그래서 법인세 명목세율을 30%로 높이면, 세수는 늘지 몰라도 오히려 우리 경제를 크게 위축시키고 해외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법인세 증세에 대해서도 우선 실효세율을 높여 나가고 최저한세율을 높여서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을 높여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그 이후에 명목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좀 더 주도면밀하게 검토 하에 행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나?” (3월 6일 2차 토론회)
“재원 대책 중 하나로 법인세 인상 강조했다. 지금 법인세 최고 22%다. 이것을 한꺼번에 8% 올려서 30%로 높이겠다 공약했는데 한꺼번에 급격하게 8%나 법인세 인상하면 우리 기업들이 감당 가능한가?” (3월 14일 3차 토론회)
“이재명 후보는 법인세를 최고세율 22%를 30%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우리 법인세 22%는 OECD 평균이 22.8%를 감안하면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법인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한꺼번에 올리면 기업이 어떻게 감당할까.” (3월 17일 4차 토론회)
우선 수치를 확인하면 문 전 대표가 말한 것은 맞다. 우리나라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1990년 30%에서 1991년 34%로 올랐다가 이후 계속 하락해 2010년 이후 줄곧 22%(과세표준 200억원 이상)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세법에 따라 지방세 10%가 추가돼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24.2%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간한
‘2016 조세의 이해와 쟁점’(☞ 바로보기)을 보면 OECD 국가의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 평균은 23.2%, 지방세까지 감안하면 평균 25.0%다.
그럼 문 전 대표가 말한 OECD 평균 22.8%는 틀린 것일까? OECD가 최근 라트비아까지 포함해 최근 업데이트한 조세데이터를 보면 법인세율 15%인 라트비아가 추가돼 OECD 법인세율 평균은 22.8% 수준이 된다. 라트비아까지 포함한 OECD 35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19위다.
더 깊게 들어가 문 전 대표의 법인세 실효세율(기업이 실제로 낸 법인세 부담비율)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얼마나 높여 세수를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6 조세의 이해와 쟁점’을 보면, 실제로 기업이 부담한 과세표준 기준 실효세율은 평균 16.0%다. 과표구간별로는 2억원 이하(명목세율 10%)가 8.6%로 명목세율과 1.4%포인트, 2억~200억원(명목세율 20%)이 14.6%로 5.4%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또 최고 구간은 200억원 초과(명목세율 22%)에서는 17.3%로 명목세율과 4.7%포인트 격차가 났다. 기업들은 영업이익을 기초로 한 과세표준에 기초한 법인세를 낼 때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은 이중과세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를 받는다. 이는 국가 간 조세협정에 따른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실효세율은 1~2% 정도 올라가 그 격차는 더 줄어든다. 문 전 대표의 주장은 이 격차 가운데 재벌이 집중된 200억원 초과 구간의 실효세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2016년 조세의 이해와 쟁점’을 보면, 문 전 대표의 말대로 실효세율을 높여 확보할 수 있는 세수는 2014년 신고 기준 최대 7조1천억원이다. 이는 국가 간 조세협정으로 조정이 힘든 외국납부세액을 뺀 금액이다. 즉,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받는 세액감면 조정이 가능한 금액만 따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개발비와 설비투자 등으로 3조152억원(42.6%)을, 임시·고용창출 등 투자세액 등으로 1조4859억원(21.0%), 중소기업지원으로 8657억원(12.2%) 등 총 7조1천억원의 세금감면액이 그 대상이 된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기업들의 세액감면을 줄여 지난해 기준으로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아직 문 전 대표가 실효세율 인상으로 얻겠다고 하는 세수 목표치가 없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제외한 재벌이 받는 세금감면액을 줄일 경우 2조원 수준으로 많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그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법인세 명목세율 8%포인트 인상에 대해 “급격하게 8%나 법인세 인상하면 우리 기업들이 감당 가능한가”라고 물은 것처럼 세금감면도 연구개발이나 고용·투자 촉진, 중소기업지원 등의 정책적 목적이 있어 실효세율을 단숨에 올리기 힘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법인세 과세 정상화’ 차원에서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25%를 올릴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런 탓인지 이재명 성남시장은 “계산해보면 문재인 전 대표의 각종 정책은 법인세를 안 올리면 할 수 없다. 법인세에 소극적인 건 사실이다”(1차 토론회)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은 어떨까? 우선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오류가 먼저 눈에 띈다.
“(법인세 명목세율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실효세율 아무리 올려도 최대치 5조원이고 대기업도 3조원 넘지 못한다.” (1차 토론회)
“복지정책이나 중소기업지원이나 일자리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원 필요한데 모든 기업 대상이 아니라 500억원 이상 영업이익 내는 440개 기업만 (법인세율 22%에서 30% 인상의) 대상이다. 기업들에 뭘 뺏는 게 아니라 불평등 때문에 돈이 대기업 재벌에 쌓이기 때문에 경제가 침체되고 있어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과도한 걸 해소해서 복지정책을 통해 경제성장 만들어 내야 한다.” (3차 토론회)
“모든 기업에 대해 증세하자는 것이 아니다. 10대 재벌 기업들이 실효세율이 12%이고, OECD 평균 실효세율이 22% 정도다. 우리나라는 16%대다. 5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얻는 법인에 대해서만 증세를 하게 되면 OECD 정도의 평균 실효세율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4차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당론인 법인세 25% 인상은) 너무 과소하고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다. (500억원 이상 기업은) 겨우 440개 기업밖에 안 된다. 15조원이 마련되는데, 그 정도는 있어야 문 후보가 말하는 기초연금 증액, 아동수당 지급 등 10조원 들어가는데 일부라도 조달할 수 있다.” (4차 토론회)
“500억원 이상 영업이익에 대해 8%(포인트) 증세한다고 기업이 망하지 않는다. 지금 독일 법인세율이 30%고, 프랑스 33%, 일본 35%, 미국 35%다. 30%로 올려도 일부 기업들 타격받지 않는다.” (4차 토론회)
먼저 이재명 시장이 밝힌 10대 재벌 기업들의 실효세율 12%는 오해 소지가 있다. 이 시장이 제시하는 근거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다. 이를 보면, 2015년 신고 기준 10대 기업 실효세율은 12.2%다. 하지만 이 수치는 이미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을 깎아주는 외국납부세액 공제가 포함된 것이다. 이를 뺀 연구개발, 고용촉진 등을 위한 세금공제(1조6천억원)만을 따지면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17.7%로 올라간다.
또 법인세율 30% 이상이라고 꼽은 나라 가운데 일부 나라의 법인세율이 틀렸다. OECD 홈페이지(2016년 기준)를 보면, 일본은 23.4%(지방세 포함 시 30%), 독일은 15.8%(지방세 포함 시 30.2%)로 이 시장이 얘기한 수치와 차이가 있다. 또 프랑스 역시 최근 공개된 수치는 34.4%(지방세 포함 시 34.4%)로 거리가 있다.
또 OECD 평균 실효세율 22% 정도라고 했는데, 그 근거를 쉽게 찾기 힘들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OECD에서 법인세 명목세율에 대한 평균은 내지만, 실효세율에 대한 명확한 자료는 없다. 다만, 기업을 상대로 한 설문을 통해 낸 자료는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OECD 명목세율 비교와 함께 일부 나라의 실효세율을 살펴본 것은 있지만, OECD 평균 실효세율을 따진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세통계연보(2016년)를 보면, 과세표준 500억~1000억원, 1000억~5000억원에 각각 204개, 189개 기업이 있고, 5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47개다. 총 440개로 이재명 시장의 발언과 일치했다.
더 중요한 것은 법인세 명목세율을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30%로 올려 얻을 수 있는 세수다. 이 시장은 30%가 넘는 나라 가운데 맞는 나라인 프랑스와 미국은 법인세율이 각각 34.43%, 미국 35%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30%로 올리면 이들 나라와 벨기에(33%)에 이어 4위로, 19위에서 껑충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올려 추가 세수를 연평균 15조원으로 내다봤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2년 기준 1000억원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30%로 올렸을 경우 10조1천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고 내다본 바 있는데 물가상승, 법인 수 증가 등을 따지면 이 수치는 사실에 가깝다. 오히려 법인세 인상에 발맞춰 10% 추가되는 지방세도 있어 법인세 명목세율은 33%로 오르고, 추가 세수는 17조원까지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상이 문재인 전 대표의 우려대로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쉽게 부인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 시장은 법인세 인상이 애초 “8% 증세해봤자 OECD 중간 수준밖에 안 된다”(허핑턴포스트코리아 2월 인터뷰)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는 더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경선 4차 토론회에서는 ‘OECD 중간’이라는 표현 대신 우리보다 높은 나라를 예로 들었다.
2. 문제는 증세
이달 들어 열린 다섯 차례의 토론회에서 자신의 공약 실천을 위한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얘기는 있었지만, 법인세 논쟁에서 파생된 증세 얘기를 빼면 구체적인 증세 얘기는 별로 없었다.
문 전 대표는 1차 토론회에서 “첫 번째는 고소득자 소득세 높이겠다는 것이고 고액상속, 자본소득 과세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실효세율 높이고 그래도 부족하면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도 갈 수 있다” 등의 설명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이후 토론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재명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토론회 내내 기본소득 등과 관련해 재원을 추궁받았다. 이에 그는 법인세율 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재원 마련 중에 기본 예산을 조정하는 거라 증세와 관련 없다. 다른 복지정책이나 중소기업지원이나 일자리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원 필요한데 모든 기업 대상이 아니라 500억(원) 이상 영업이익 내는 440개 기업만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즉, 2800만 국민에게 연 100만원씩 주는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 28조원은 국가 예산 총 400조원의 7% 부담이어서 이를 조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씩 나눠주는 토지배당 15조원은 재산세율 인상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두 후보 모두 표심을 고려해서인지 포괄적인 증세에 대한 얘기는 없다. 오히려 서민의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시장은 담뱃세를 감세를 약속했다. 담배세수는 지난해 12조원으로 2014년 6조9905억원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세금이 없어지면 국가 재정에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OECD는 최근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서 “사회(복지)지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적은 세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증세의 필요성을 권고했다.
특히 두 후보가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증세를 얘기하지 않은 소득세는 세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5년 기준 총 국세 217조9천억원 가운데 소득세는 60조7천억원(27.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가가치세(54조2천억원·24.9%), 법인세(45조원·20.7%) 등의 순이었다.
이 때문에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소득세를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재원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건호 위원장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법인세만 한정해서 논의하는 것은 대책이 되기 어렵다. 소득세는 물론 부가가치세, 종합부동산세 등 모든 세금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갖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법인세만을 논의하는 것은 표심을 건드리지 않는 일종의 비겁한 행동이다. 후보들 모두 솔직하게 약속한 복지를 위해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당내 경선 중이라 구체적인 증세 계획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1차 토론회에서 “우리가 하려고 하는 사업들에 대해 재원 대책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 대로 앞으로 구체적인 증세 계획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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