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첫 정식 재판에 공동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너 일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여전히 영업중
서씨 실소유 유기개발 식당 6곳 이미 계약기간도 끝나
롯데쪽 “원만히 해결되길 원하지만 버티면 명도소송”
서씨 실소유 유기개발 식당 6곳 이미 계약기간도 끝나
롯데쪽 “원만히 해결되길 원하지만 버티면 명도소송”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 씨가 실소유주인 식당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여전히 롯데백화점에서 '버티기 영업'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6월 일본으로 출국한 뒤 9개월 동안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며 도피생활을 이어오던 서 씨는 최근 첫 공판기일에 맞춰 귀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8일 롯데에 따르면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한회사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 6곳이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등에서 여전히 성업 중이다.
냉면전문점 유원정과 커피전문점 마가레트, 비빔밥전문점 유경, 우동전문점 향리 등이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기개발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롯데그룹의 위장계열사이자 '재벌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던 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유기개발과 유원실업, 유니플렉스, 유기인터내셔널 등 서 씨 모녀가 실소유주인 4개 회사를 롯데의 위장계열사로 규정하고 이런 사실을 숨긴 신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거쳐 사실상 롯데그룹의 후계자 지위를 굳힌 신동빈 회장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으나 여전히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 식당들은 이미 롯데백화점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계약기간이 만료됐으니 나가달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유기개발 측에 보냈으나 유기개발은 버티기로 일관하며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들과의 계약기간이 이미 만료돼 나가달라는 공문을 4차례나 보냈지만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원만히 해결하길 원하지만 계속 버티면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 안팎에서는 서 씨가 신 총괄회장이 끔찍이 아끼는 사실상의 '셋째 부인'인 데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개인 최대 주주이기도 해 이들 식당을 함부로 퇴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 씨와 딸 신유미(34) 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6.8%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분은 당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으나,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양도 및 편법 상속 등을 통해 서 씨 모녀에게 넘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6.8%에 달하는 서 씨 모녀 지분은 신 총괄회장(0.4%)뿐 아니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1.6%), 신동빈 롯데 회장(1.4%)보다도 많다.
이 때문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신동빈 회장이 서 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이들 식당을 퇴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으로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쥔 서 씨의 직·간접적 지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이고 치매 증세까지 보여 롯데그룹 내 서 씨의 지위가 다소 불안하기는 하지만 지주회사 지분 등의 역학구도를 고려할 때 신 회장이 그에게 함부로 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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