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 건설사들이 아파트 임대사업을 하면서 임대료를 법정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올리고, 계약해지 위약금도 지나치게 많이 받도록 한 불공정약관을 운용하는 ‘갑질’을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11일 도급순위 100위 건설사 가운데 아파트 임대사업을 하는 19곳을 대상으로 ‘주택임대차계약서’를 점검한 결과, 8곳이 주거비 물가지수와 인근 지역 임대료 등을 고려해서 연간 5% 한도 안에서만 올릴 수 있도록 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공공주택특별법을 어겼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건설사가 멋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도록 불공정 조항을 시정 조처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입주민 사정으로 계약 해지 때 임대보증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거나, 보증금을 담보로 제공하면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하기도 했다. 또 미풍양속·공동생활 질서를 안 지켜 주민안정을 해치면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과 건설사의 사전동의 없이 지출한 건물 수선보존비와 개량비는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불공정 조항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계약해지 위약금은 2년 계약 기간 총 임대료(월세)와 임대차보증금 이자를 합친 금액의 10%만 부과하도록 시정했다. 또 미풍양속이나 공동생활 질서를 해친 경우에도 일정 기간을 정해서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차보증금 담보 제공 때 계약해지 조항, 임대차등기 거부 조항, 부당한 비용청구 금지 조항은 모두 삭제하도록 했다.
공정위에 불공정약관이 적발된 건설사들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건설, 지에스(GS)건설, 롯데건설, 에스케이(SK)건설, 한화건설, 우미건설, 부영주택, 호반건설, 계룡건설, 대방건설, 화성산업, 금강주택, 영무토건, 유승종합건설 등 유명 아파트업체들을 망라한다.
불공정약관으로 피해를 본 입주민들은 소송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화성산업은 2013년 8월 경남 양산에 220가구를, 유승종합건설은 2014년 2월 경기도 남양주에 378가구를 공급할 때 불공정약관이 적용됐다. 불공정약관은 내년 초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계약에도 적용돼 입주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위는 불공정약관으로 피해를 본 입주민은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건설사들이 임대료를 조정하면 시군구에 신고하는데, 주택 관련법을 준수하지 않은 불공정약관을 적용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면서 “입주민들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앞으로 중점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불공정약관을 시정해서 재계약 혹은 새 계약을 맺을 때 적용하기로 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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