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 ‘소셜 캠퍼스소셜캠퍼스 온(溫) 서울’ 12일 개소
제로(0) 임대료, 촘촘한 네트워크로 사회적기업육성 허브 꿈꿔
제로(0) 임대료, 촘촘한 네트워크로 사회적기업육성 허브 꿈꿔
막 싹을 틔운 사회적기업이 가지를 뻗고 무성한 잎을 단 나무로 성장하게 돕는 ‘인큐베이터’가 정부 주도로 서울에 만들어졌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청년들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키워갈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놓인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 진흥원은 12일 서울 성수동에서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인 ‘소셜캠퍼스 온(溫) 서울’(이하 ‘온(溫)서울’) 개소식을 했다. 행사에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완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안재웅 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오광성 사회적기업진흥원장, 사회적기업 대표 및 종사자, 사회적기업 투자자, 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성장지원센터는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셜벤처들의 도약을 돕는 역할을 한다. 우선 고용노동부와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시행한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출신 70개 기업이 업무공간을 얻어 입주한다. 이들 기업에는 교육, 멘토링, 상호교류 및 협력을 위한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지원된다. 센터 조성자금은 복권기금에서 지원되었다.
임대료는 없애고, 소통은 두배로
‘소셜캠퍼스 온(溫)서울’ 이 내세우는 장점은 입주기업에게 임대료를 받지 않는 다는 것과 네트위킹을 할 기회가 넓다는 것. ’소셜창업’을 지원하는 곳은 서울시내에만 해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시청년허브’,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재웅씨가 조성한 ‘카우앤독’, 사회연대은행이 운영하는 ‘LG소셜캠퍼스’ 등 22개소가 있다. ’온(溫)서울’은 이들과 ’임대료’와 ’네트워킹’이라는 두 가지 점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입주기업들은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내면 된다. 창업 초기인 사회적기업에 임대료 부담이 없다는 것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장 2년까지 입주가 가능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6개월 마다 평가를 통해 입주를 연장할지 여부를 심사한다. 심사는 사회적기업이란 점을 고려해 매출이나 종사자 수 등의 양적 지표뿐 아니라 커뮤니티 참여도 등도 중시한다.
“임대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큰 도움이죠.” 개소식에서 만난 입주예정기업 ‘임팩트써클’의 대표 박병춘(32)씨는 말했다. ‘임팩트써클’은 소상공인의 홍보활동, 브랜딩 등 마케팅을 돕는 소셜벤처다. 이 일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박씨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보람도 있지만 반 토막이 된 수입 등 경제적 안정성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같이 일하던 직원이 경제적 이유로 다시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임대료 걱정을 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가운데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도 ‘온(溫)서울’이 중시하는 점이다. 한국판 ‘소셜밸리’로 불리는 성수동에 자리 잡은 ‘온(溫)서울’은 창밖으로 중랑천이 보이도록 시원한 설계를 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소통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계획되었다. 입주기업들의 사무 공간에는 낮은 칸막이를 설치했고, 조망과 채광이 가장 좋은 위치에는 공유공간을 배치했다. 독립된 업무를 위한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업무 공간, 폰 부스, 여성입주자들을 위한 여성휴게실도 있다. 입주 기업 간의 친목을 위한 매월 1회 ‘런치 파티’ 등 이벤트는 물론 입주기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 신입사원연수(OJT)도 기획하고 있다. 사무실 관리에 관한 제반 상담을 담당할 ‘매니저’들은 물론 기업 운영에 전문적 조언을 제공할 멘토도 상주한다. 센터의 운영 및 관리를 맡은 ㈜상상우리의 신철호 대표는 “‘온(溫) 서울을 사회적기업의 허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개소식이 뒤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공간배정 및 오리엔테이션이 이어졌다. 공간배정은 형평성을 고려해 ‘뽑기’ 로 했다. 입주에 앞서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은 기대와 우려, 제안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은 같으나 업종, 사업 규모, 기업 문화 등이 다른 사회적기업들이 함께 모인 만큼 단순한 프로젝트성를 넘어 의미 있는 협업이 되려면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들이 함께 하기에 시너지효과나 협업이 원활하리라 기대한다”면서도 “제조업의 경우 창고 공간이 필요하다. 서비스뿐만이 아닌 다양한 업종을 고려해달라”, “사회적기업도 기업이기에 전면 오픈 공간보다는 독립 공간이 필요하다”, “입주 기간이 짧다”는 등의 공간사용, 운영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진흥원 쪽은 “지원받기를 원하는 다른 창업팀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운영 방식에서는 지속해서 입주기업의 의견을 수렴,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성장지원센터는 입주기업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기업 창업 강좌도 개설한다. 심리, 사회적 지원센터 ‘아트온어스’를 홀로 운영하며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하는 송정은(37)씨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해도 인건비 등 초기 운영비를 감당하는 어려움이 커서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기업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며 “창업 과정에 대한 교육을 받거나, 육성 대상으로 선정돼 인건비, 임대료 등 운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일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온(溫) 서울’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소셜캠퍼스 온(溫) 전주, 부산’ 등 전국에 총 9개 성장지원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개소식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소셜캠퍼스 온(溫)’은 우리 사회의 혁신을 이끌어갈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을 배출하여 사회적기업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부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등 전국에 사회적기업 창업을 통한 도전과 혁신의 바람이 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왼쪽부터 오광성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함현근 칠링키친 대표, 송윤일 아트임팩트 대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혜원 히든북 대표, 정원오 성동구청장 (주)마르코로호 제공
입주 사회적기업들이 사용할 사무 공간 (주)마르코로호 제공
입주 오리엔테이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는 입주기업 관계자들 (주) 마르코로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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