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2.6%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완연한 경기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8일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201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조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으나,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2%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도 올해 초 2.5%로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최근 2.6%로 상향 조정한 바 있고, 국제금융센터가 이달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10개 해외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낸 결과도 2.5%로 2개월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
경제전망을 상향 조정한 배경은 최근 수출과 투자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총수출(물량)은 지난해 말 1.9% 증가를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4%를 상향 조정했다. 건설투자는 4.4%에서 6.4% 증가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2.9%에서 4.3%로 올려잡았다.
하지만 연구원은 이듬해인 2018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2.5%로 전망했다. 추세적 회복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은 셈이다. 지표상으로는 수출, 건설과 설비 투자 등이 좋아지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수출 증대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한정되고, 건설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도 경기회복을 발목 잡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소득 증가율이 점차 하락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의 지속으로 소비자 심리도 위축됨에 따라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고용률과 실업률이 개선됐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임금근로자의 증가세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둔화된 반면, 자영업자는 빠르게 늘었으며, 실업률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만큼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크지는 않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것 또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미국이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 간 통상분쟁으로 세계경제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는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기업구고조정이 지체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대외 충격에 점차 취약해지는 구조로 가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3개월 정도 지켜본 결과 지난해 예측했던 것처럼 강경 일변도로 가는 것은 아니어서, 미국의 통상 압력이 생각처럼 큰 불안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통 5월에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올해는 ‘장미 대선’을 앞두고 한달 정도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선이 끝난 뒤 정책제안 50선을 발표할 계획이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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