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통념 깨는 연구 결과 소개
복지제도-노동공급 상충안하는 경우 많아
복지제도-노동공급 상충안하는 경우 많아
사회안전망이 확충되면 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복지제도와 노동공급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정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하도록 북돋울 수 있다는 실증적인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런 연구 흐름을 ‘진보판’ 공급경제학이라고 불렀다. 공급경제학이 더는 보수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급경제학은 감세를 하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 경제성장이 촉진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등장한 공급경제학은 그 뒤 현실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통용되고 있다. 반면, 새로 떠오르는 진보판 공급경제학은 정부 복지제도가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산성과 소득이 더 높은 일을 하도록 이끌 수 있다고 본다.
진보판 공급경제학이 복지정책의 성공 사례로 드는 것은 근로장려세제(EITC)와 육아보조제도, 저소득층 식품보조제도 등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는 미국의 노동공급, 나아가 경제 잠재능력을 확대하는 데 적잖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소개했다. 1993년 의회를 통과한 제도 확대 방안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1999년까지 홀어머니들의 일자리가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46만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대 복지개혁이나 경제호황으로 늘어난 일자리 수보다 많았다.
육아보조제도는 사람들에게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대신 일자리를 찾게 만들었다. 육아에 보조금을 주고 육아휴가에 관대한 지역일수록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았다.
정책효과를 분석하는 데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한 복지제도의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저소득층 식품보조제도가 일찍 도입된 지역의 어린이들이 늦게 도입된 지역의 어린이들보다 몇십년 뒤 더 건강하며 일자리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가 가능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별 자료가 쌓이고 컴퓨터 가공 기법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들 복지제도가 노동공급을 확대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예를 들어 실업보험을 받으면 새 일자리를 찾는 것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이 회사에 취업하지 않고서도 의료보험을 취득할 기회를 넓힘으로써 일하는 사람들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미 의회예산국의 분석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스>는 몇몇 복지정책이 공급 측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는 복지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하며, 정책결정자들이 복지제도와 노동공급 간의 상충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일러준다고 밝혔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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