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한진·두산·KCC 4개 건설사
평창행 원주∼강릉 철도노반공사
낙찰·들러리 업체 미리 정해
공정위 “입찰제도 악용한 짬짜미”
평창행 원주∼강릉 철도노반공사
낙찰·들러리 업체 미리 정해
공정위 “입찰제도 악용한 짬짜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요 수송수단으로 건설 중인 원주~강릉 철도의 노반공사 입찰에 참여한 4개 대형 건설사들이 현행 입찰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짬짜미를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00억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20일 현대건설·한진중공업·두산중공업·케이씨씨(KCC)건설 등 4개 대형 건설사들이 2013년 3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노반공사 4개 공구 입찰에서 공구별로 낙찰업체와 들러리업체를 미리 정한 것을 적발하고 7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건설사들은 낙찰자 선정 방식이 단순히 최저가격 제출자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입찰자들이 제출한 평균 투찰금액의 80% 선인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먼저 정한 뒤, 이 기준을 넘는 입찰자 가운데 최저가격 제출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것을 악용해 지능적으로 짬짜미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공구별로 들러리 3개 업체가 탈락을 각오하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써내서 평균 투찰금액과 그에 연동된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모두 낮춘 뒤, 나머지 1개 낙찰 예정사는 미리 예상한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약간 상회하는 입찰금액을 써넣어 낙찰받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원주~강릉 철도노반공사 2공구 5번 공사종목의 경우 26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했는데, 들러리를 선 3개 건설사는 발주처 설계금액의 54.2~54.7%의 비정상적으로 낮은 투찰금액을 써넣었다. 반면 다른 21개 건설사가 써낸 투찰금액은 설계금액의 73.6~89%였다. 짬짜미로 낙찰자로 예정된 한진중공업은 이보다 약간 낮은 설계금액의 73.4%를 투찰가격으로 써내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건설공사 입찰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한 새 수법을 적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적발된 건설사들은 입찰 하루 전날과 당일 35차례 이상의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교환하며 공구별로 낙찰기업과 들러리기업, 투찰금액을 정하고 입찰에 필요한 서류도 공동으로 작성했다. 특히 메신저로 투찰서류를 공동으로 검토했고, 합의 내용대로 실행하는지를 서로 감시하기 위해 건설사 직원들이 만나 투찰서류를 제출할 정도로 대담하고 노골적인 행위를 저질렀다.
공정위는 그동안 짬짜미에 대한 과징금은 낙찰금액을 토대로 산정하는 관련 매출액의 4~5% 선에서 부과했는데, 이번에는 7% 수준으로 과징금을 물렸다. 곽세붕 공정위 상임위원은 “입찰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등 혐의가 중하다고 보고 과징금을 무겁게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공공사의 입찰방식은 기존 최저가입찰제가 짬짜미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많아 2016년 1월부터 가격과 함께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종합심사제로 변경됐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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