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 27일 공약집을 공개하면서 경제계는 문 후보의 재벌개혁 및 공정시장 구축 공약의 분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후보의 재벌개혁과 공정시장 공약의 세가지 핵심 키워드로는 ‘정부의 법 집행 강화’, ‘시장압력 강화’, ‘재벌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꼽힌다.
우선 ‘법 집행 강화’는 국회의 법안 처리를 기다리지 않고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련 공약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는 이를 위해 재벌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조사국 부활, 과징금 부과 강화, 지자체와의 공정거래업무 협력체제 구축 방안을 내놓았다. 조사국은 참여정부 때 재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해 만들었다가 참여정부 말기인 2005년 기업 부담을 이유로 폐지됐다. 또 선진국은 법 위반 기업에 대한 과징금(또는 벌금)을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30%까지 부과하는데 우리나라는 10%까지이고, 실제 부과율은 1~4%에 불과하다. 문 후보의 경제자문 역할을 하는 김상조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행정부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부 출범 즉시 신속히 추진해 국민에게 차기정부의 개혁 의지와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둘째인 ‘시장압력 강화’는 행정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국민 참여를 통해 시장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소비자 피해배상과 직결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를 통해 피해자가 직접 법위반 기업 고발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불공정합병 찬성으로 공분을 산 국민연금은 재벌총수의 불법·편법 경영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모범기준인 스튜어드십코드도 포함됐다.
세째인 ‘재벌정책의 선택과 집중’은 경제력집중 억제 정책의 경우 4대 그룹에 집중하되,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보다 폭넓게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이 공약집에서 제외된 것은 소리만 요란하고 실효성은 낮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지주회사 부채비율과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요건 강화, 총수일가의 공익법인·자사주 악용 차단, 금산분리 원칙 준수가 공약으로 제시됐다. 상법 개정에서는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가 포함됐다. 10대공약에서는 빠졌던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공약집에 포함된 것은 경제력집중 억제 정책이 약화됐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준법경영을 맡는 20대그룹 고위 임원은 “법보다 더 엄격한 내부기준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30대그룹 임원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글로벌스탠더드 도입은 솔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면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포기도 총수일가의 사익만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경제단체 임원은 “개혁의 기본 취지는 동의하지만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전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