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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체감 청년실업’ 심각한데…통계청은 왜 침묵했나

등록 2017-05-02 17:03수정 2017-05-02 19:58

Weconomy | 현장에서
“세상에는 세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19세기 영국 총리를 두차례 역임했던 ‘보수당의 아버지’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했다는 말이다. 소설책을 펴낸 문학가이기도 했던 그는 통계라는 숫자를 ‘거짓말’이라고 단정지었다. 정치·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는 통계를 둘러싼 ‘권력의 유혹’을 그렇게 비유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국내에서도 민감한 통계 수치를 둘러싸고는 항상 ‘외압설’ 등 은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처음은 ‘새 지니계수’였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척도다. 통계청은 지니계수의 표본 수를 늘리고 고소득자 소득을 반영해 현실 적합성을 높인 새 지니계수를 개발해 공표하겠다고 사전에 밝혔다가 차일피일 뒤로 미뤘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1월의 일이었다. <한겨레>는 높아진 소득 불평등 탓에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보도했다.

이번엔 체감 청년실업률이 도마에 올랐다. 통계청은 2년 전부터 ‘공시생’ ‘알바생’ ‘취준생’을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을 작성해 왔다. 공식 발표되는 청년실업률(10% 남짓)을 2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그러나 통계청은 이 숫자들은 2년간 공표하지 않다가, 마찬가지로 <한겨레>가 통계 확인에 들어간 뒤에야 슬그머니 국가통계포털에 게재했다. 통계청 안팎에선 이번 일의 배후에도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두 통계의 공통점은 뭘까. 보수 정권의 실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민감한 숫자라는 점이다.

현대 국가에서 통계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국가 통계는 정책 설계의 요소이자, 정책 집행의 근거이며, 정책 판단의 준거다. 400조원에 이르는 국가예산이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돼 국민들의 삶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과정 하나 하나에 통계를 근거로 한 정책적 판단이 숨어들어 있다. ‘진영’과 ‘정치적 입장’을 떠나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 중립적인 통계가 없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자원 배분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통계청의 독립성 강화는 중요한 과제다. 옛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서 독립한 지 이제 겨우 27년, 역대 청장 15명 가운데 12명이 기획재정부 출신인 통계청만 탓할 일은 아니다. 통계청을 둘러싼 해자를 깊게 파고 성벽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참고할 만한 선례들이 많다. 멕시코는 숱한 경제위기를 겪은 뒤 통계청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 통제를 강화하고 청장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통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영국 재무부 산하기관이었던 통계청을 아예 정부조직에서 분리했다. 가장 선진적인 통계 생산기관으로 손꼽히는 영국의 국가통계위원회가 설립된 계기다.

5·9 대선에서 후보들은 각기 정상 국가의 복원을 약속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다. 정책 판단의 보루인 통계를 손아귀에서 놓을, 눈 밝고 뜻 깊은 후보자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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