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롯데·신세계·현대·한화·엔씨·에이케이 적발
인테리어비 전가, 수수료 불법인상, 거래정보 요구
대선후보 엄벌 공약과 배치…공정위 규정 개선 추진
인테리어비 전가, 수수료 불법인상, 거래정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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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 등 대형 백화점들이 3600여개에 달하는 중소 납품업체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갑질’을 하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이 백화점 한곳당 3억7천만원에 불과한 ‘솜방망이’ 제재여서, 과징금 강화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정위는 3일 롯데·신세계·현대·한화·엔씨·에이케이플라자 등 6개 백화점이 계약서 늑장 교부, 인테리어비와 판촉행사비 부당 전가, 판매수수료 불법 인상, 판촉사원 부당 파견 요구, 경영정보 불법 요구 등 각종 불공정행위로 ‘대규모 유통업법’을 위반한 것을 적발하고, 과징금 22억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백화점들의 갑질로 피해를 본 중소 납품업체는 한화갤러리아가 1229개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에이케이플라자 1005개, 엔씨 818개, 현대 584개, 롯데 42개, 신세계 10개 등으로 모두 3688개에 달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랜드 계열인 엔씨는 524개 납품업체에 계약서를 제때 교부하지 않았고, 계약서에도 없는 판촉행사를 벌이면서 153개 납품업체에 비용을 최대 50%까지 분담시켰다. 또 15개 납품업체에 인테리어 비용과 창고사용료를 부당하게 부담시키고, 계약기간 중인데도 58개 납품업체를 상대로 판매수수료를 1~12%포인트 올려 받았다. 68개 납품업체에는 다른 백화점과의 거래내역 등이 담긴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했다. 에이케이는 계약서 늑장 교부, 매장 인테리어비 부당 전가, 계약기간 중 판매수수료율 인상이 적발됐다. 한화·현대·신세계도 계약서 늑장 교부가 적발됐다. 또 한화와 롯데는 판촉행사비 부당 전가, 신세계는 계약서에 없는 판촉사원 부당 파견 요구와 경영정보 불법 요구가 적발됐다.
정부는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2011년 말 대규모 유통업법을 새로 제정해 중소 납품업체들을 울리는 백화점·대형마트의 갑질 근절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번에 적발된 6개 백화점에 부과한 과징금은 한곳당 3억7천만원에 불과하다. 대규모 유통업법이 갑질 엄벌을 위해 과징금 최고한도를 관련 납품금액의 100%로 높인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계약서 늑장 교부, 계약서에 없는 판촉행사비 부당 전가 등은 관련 납품금액을 특정하기 어려워 건별로 1억~2억원의 정액과징금만 부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엔씨백화점이 계약기간 중 판매수수료율을 불법 인상한 사안의 경우 관련 납품금액이 83억원으로 분명한데도 과징금은 2억원(2.4%)만 부과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공정위의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라며 “과징금 최대한도를 높이고, 공정위가 법 위반 업체의 부담 능력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깎아주는 것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 때 과징금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점을 고려해 고시를 재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신영선 부위원장은 최근 내부행사에서 갑을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것을 자성하고, 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대기업 갑질 근절을 위한 공정위 개혁을 공통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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