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에게 400억원대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등 3명의 대선후보들이 삼성에 대한 중간금융지주회사제 허용과 삼성이 고수하는 무노조경영에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한 삼성물산 불공정합병을 무효로 하고, 삼성 임원을 정부 고위직에 임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반올림·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4단체는 5일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5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삼성문제 해법과 관련한 15가지 질문을 보낸 결과, 심상정 후보는 모든 항목에 찬성을 한 반면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찬성과 반대(유보 포함)가 절반 정도로 나뉘었다고 밝혔다.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아예 답변하지 않았다. 삼성문제 해법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생각은 삼성의 정경유착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19대 대선 조기실시를 끌어낸 결정적 요인이 되었고 차기정부의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는 중간금융지주회사제 도입 반대, 삼성 무노조경영 폐기, 노조파괴 문건의 검찰 재수사, 직업병 피해자 배제 없는 투명한 보상, 화학물질 관리감독 강화 법제도 마련, 하청업체 직업병과 산업재해의 삼성 연대책임 등 여섯가지 항목에 모두 찬성했다. 세 후보는 중간금융지주회사제에 대해 “삼성에 특혜를 주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에 역행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심성 무노조 경영방침 폐기를 위한 국가 개입과, 노조파괴문건 관련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확인’ 등의 단서를 달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삼성이 백혈병 피해자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도록 정부가 노력하고, 작업장 안정 및 유해화학물질을 공개하는 것에도 찬성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 사회적으로 기업의 책임을 묻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화, 총수일가 경영권 개입 금지, 고용노동부의 어용노조 설립신고 반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직접고용,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인수로 만들어진 삼성물산 주식 등 이재용 부회장 남매의 재산 환수, 삼성임원의 정부직책 임명 금지 등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거나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문재인·인철수 후보는 삼성물산 합병을 무효화하는 것에 대해 “소송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두 후보는 또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삼성 임원의 정부직책 임명을 금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기업 임원 경력자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찬성하지 않았다. 다만 문 후보는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다루는 정무직에는 삼성 등 대기업 출신 임용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은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경영권 독점·세습과 무노조 경영방침을 위해 삼성이 저지른 불법·비리는 삼성의 자정능력 결여와 사회적 규제의 실패를 보여둔다”면서 “삼성재벌 개혁 방식에 있어서 강력한 국가의 개입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규제를 주장하는 심상정 후보와 기업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안철수 후보가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문재인 후보는 기업의 자율성보다 사회적 제재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중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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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왜 공권력에 도전해도 처벌받지 않는가조사방해는 증거확보 어렵게 하여 더 큰 불법 은폐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검찰의 엇갈린 결정에도 불구, 결국 삼성전자 등 ‘재벌 봐주기’ 수사로 종결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문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 고발사건에 대한 개선안 필요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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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검찰청은, 2012년 삼성전자?SK C&C?LG전자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공정위 조사방해 사건과 관련하여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각사 임직원 총 13명을 상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 지난 10월 16일 재항고기각 결정을 내렸다.서울중앙지점의 애초 불기소처분에 대해 서울고검이 2014년 1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은 또 다시 피고발인들에게 아무런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렸고, 이후 항고 및 재항고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내리는 등 본 고발 건에 대한 검찰의 일관된(?) 판단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이처럼 명백한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 행위에도 불구하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명백한 ‘재벌 봐주기’ 수사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2. 본 사건은 2012년 3월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방해를 시작으로, 동년 7월 SK C&C와 LG전자가 각각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여 공정위로부터 해당 법인과 소속 임직원들이 각각 제재를 받은 것과 관련된 것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의 출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관련자료 폐기?관계자들의 PC 교체 및 허위자료 제출 사실 등이 확인되었고, SK C&C는 임직원들이 사전 모의하여 영치된 자료를 기습 반출 및 폐기, 이후 공정위의 원상복구 요구에도 조직적으로 거부하였으며, LG전자의 경우 외부 저장장치를 은닉하고 공정위의 요청에도 불구 저장문서를 임의로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각각 공정위의 공정한 조사업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 이에 공정위는 삼성전자 및 소속 임직원들에 대해 역대 최고액인 총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나름 최대치의 제재조치를 하였으나, 삼성전자 등 해당 기업들의 규모 또는 조사방해 행위의 죄질로 볼 때 매우 미흡한 수준이었고, 이에 경제개혁연대가 재벌의 불법적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였다.3. 삼성전자?SK C&C?LG전자의 조사방해 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공정위의 정상적인 조사업무를 조직적으로 방해하여 증거 수집을 곤란하게 만드는 등 회사의 더 큰 불법을 무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행한 것으로 추정되나, 이에 대해 서울고검이 수사미진을 이유로 한 차례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을 뿐, 불기소처분에 이르는 논리가 허점투성이일 정도로 검찰의 수사는 ‘봐주기’로 일관하였다.먼저, 검찰은 삼성전자가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경비인력을 동원하여 공정위 공무원들의 출입을 저지하였음에도 이를 피고발인들의 지시에 따른 단체의 위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SK C&C 임직원이 영치된 서류를 무단으로 빼돌려 폐기한 행위를 확인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의 통행에 약간의 불편함만을 주었을 뿐 공무집행을 방해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아니라고 보았고, 따라서 이러한 행위들은 특수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또한, 이 사건들에서 피고발인들의 방해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공정위가 이에 구애받지 않고 조사방해 혐의를 밝혀내어 과태료 처분까지 내렸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구체적인 공무집행이 저지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되지는 않았다는 해괴한 근거를 내세웠고, 형사나 징계사건이 아닌 행정조사 단계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피고발인들이 은닉?폐기한 자료는 자신이 작성한 서류 또는 직무상 다른 직원의 자료를 보관한 것이므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이러한 검찰의 논리들은 애초부터 삼성전자?SK C&C?LG전자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로 결론 내린 후, 오히려 피고발인들의 행위가 범죄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음을 보이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추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증거인멸에 관한 검찰의 논리만 보더라도 이는 단순한 의혹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임직원 개개인의 법인격과 회사의 법인격이 구분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검찰은 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조사를 방해한 임직원 자신의 형사사건으로 보아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라며 죄의 성립 자체를 부정했는데,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회사의 임직원이 회사와 관련된 형사사건 및 징계사건에 대하여 아무리 증거인멸을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형사법의 기본적인 법리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명백히 ‘재벌 봐주기’ 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4. 한편, 이번 검찰의 최종 불기소처분 결정은 고발사건에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애초에 경제개혁연대의 고발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수사도 생략한 채 기본적인 법리에도 반하는 결론을 내려 수사에 의지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다 1년이 지난 후에야 원처분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당시 논란이 됐던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에서 검찰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선제적으로 압수수색 및 조사를 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례였는데, 이는 공정위 조사방해 사건에 임하는 검찰의 왜곡된 인식을 엿보기에 충분한 것이다.또 다른 문제는, 이번 사건과 같이 당사자의 고소가 아닌 제3자의 의한 고발사건인 경우 최종 불기소처분 결정이 내려질 경우 재정신청이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더라도 더 이상 문제 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법정의 확립을 위해서는, 고발사건이라 하더라도 검찰이 봐주기 결정을 하였다면 공익적 목적의 경우 법원이 개입하는 등의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