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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솜방망이 제재 공정위…법집행 비웃는 대기업

등록 2017-05-07 11:59수정 2017-05-07 20:56

조직적으로 증거자료 무단 삭제 및 제출 거부
삼성·에스케이·엘지·CJ 이어 최근 6년간 5번째
7월 제재 강화…증거폐기 징역형·이행강제금도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제철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다가 제재를 받았다. 대기업의 공정위 조사방해는 2011년 이후에만 삼성, 에스케이(SK), 엘지(LG), 씨제이(CJ)에 이어 다섯번째로, 재계 상위 대기업들이 정부의 정당한 법집행을 우습게 여기는 잘못된 관행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현대제철과 직원들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 있었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증거자료 제출을 집단으로 거부한 것에 대해 3억1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7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현대제철의 철강제품 담합혐의를 잡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전경.  현대제철 제공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전경. 현대제철 제공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제철 직원 2명은 지난해 12월 1차 현장조사 때 사내 이메일 등 전산자료를 복구가 불가능한 프로그램(WPM)을 사용해 삭제했다. 당시 공정위는 자료를 삭제·은닉·변경하지 말 것을 알렸고 현대제철도 동의했는데도, 직원들이 자료를 없앤 것으로 밝혀졌다. 또 현대제철 정책지원팀은 올해 2월 2차 현장조사 때 공정위 요청을 받고 외부저장장치(USB) 사용승인을 받은 직원이 2명뿐이라고 답했으나, 실제로는 최소 11명인 것으로 밝혀져, 거짓말이 들통났다. 이어 공정위는 자료삭제 직원 2명을 포함한 11명에게 외부저장장치의 제출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공정위는 현대제철에 직원들의 집단 조사거부를 만류하도록 요청했으나 역시 거부당했다. 당시 현대제철 임원은 “외부저장장치는 개인자료를 포함하고 있어 제출할 수 없고, 직원들에게 자료제출 거부 확인서를 쓰도록 하겠다”며 거부 뜻을 명확히했다. 공정위 확인 결과 11명의 직원이 외부저장장치에 담은 업무 파일은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00개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의 공정위 조사방해는 2011년 이후 삼성전자, 에스케이씨앤씨, 엘지전자, 씨제이제일제당에서 잇달아 발생해 정부의 정당한 법집행조차 우습게 여기는 대기업의 오만한 행태에 대해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관련 임직원의 엄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지시하는 등 대기업들도 개선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조사방해가 재발한 것은 공정위의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정거래법은 조사방해나 자료제출 거부에 대해 법인은 최대 2억원, 임직원은 최대 5천만원까지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다.

국회는 이에 따라 지난 4월18일 조사방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발의한 개정법에 따라 7월부터는 자료 폐기나 제출 거부에 대해서도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고, 10월부터는 자료제출 거부에 대해 매일 일평균 매출액의 0.3% 범위 안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검찰이 그동안 공정위 조사방해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법개정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제개혁연대는 2012년 삼성전자, 에스케이씨앤씨, 엘지전자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렸다. 또 경제개혁연대가 불복해 항고, 재항고한 것도 모두 기각해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행태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삼성전자와 에스케이는 조사방해사건 제재 이후인 2012년 말과 2013년 말 인사에서 조사방해를 주도한 임원들을 잇달아 승진시켜 기업들의 개선 의지 천명도 말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위평량 연구위원은 “재벌의 공정위 조사에 대한 반복적, 고의적, 조직적 조사방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법위반으로 인한 이익이 제재로 인한 손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하는 이런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한 (대선후보들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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