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리콜 결정에 반기를 들었던 현대자동차가 결국 강제리콜 처분을 받게 됐다. 국내에서 자발적 리콜이 아닌 강제리콜이 실시되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의 12차종에서 발견된 제작결함 5건에 대한 청문 결과를 검토한 끝에 결함 5건에 대해 모두 현대차에 리콜 처분을 통보했다고 12일 밝혔다. 대상 차량은 총 23만8000대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25일 안에 국토부에 결함시정계획서(리콜계획)를 제출하고, 30일 안에 리콜계획에 대한 신문·공고 및 차량 소유자에 대한 우편 통지 등을 해야 한다. 조무영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현대차가 차량 결함을 은폐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의심될 만한 정황은 있다”며 “소비자 안전을 등한시하고 리콜에 소극적인 기업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서울중앙지검에 현대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리콜처분된 5개 결함은 △아반떼(MD), i30(GD) 차량의 진공파이프 손상, △모하비(HM) 차량의 허브너트 풀림 △제네시스(BH), 에쿠스(VI) 차량의 캐니스터 통기저항 과다 △쏘나타(LF), 쏘나타 하이브리드(LF HEV), 제네시스(DH) 차량의 주차브레이크 작동등 미점등 △쏘렌토(XM), 투싼(LM), 싼타페(CM), 스포티지(SL), 카니발(VQ) 차량의 R엔진 연료호스 손상 등이다.
국토부는 현대차 내부고발자인 김광호 협력업체품질강화팀 부장의 제보로 32건의 결함 의심사례에 대해 조사를 했고, 이중 지난 3월29일 4건, 4월21일 1건에 대한 리콜을 권고했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결함조사와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안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결함으로 판단된 것이다. 이 단계에서 리콜을 실시하면 여기까지는 자발적 리콜이 된다. 하지만 현대차는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안전에 관련된 결함은 아니다”라고 맞서며 리콜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8일 실시된 청문에 주재자로 참석한 한병기 홍익대 교수는 4건에 대해서는 기존 결정대로 리콜을 해야 하고, 1건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의견서에는 모하비 차량의 허브너트 풀림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현대차의 주장이 옳은지, 심사평가위 심의가 맞는지 알기 어렵다고 돼 있었다”며 “의견서를 검토한 끝에 현대차의 주장이 기존 심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며, 다른 부분들보다는 국민 안전을 우선적으로 판단해 5건 모두 리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국토부의 강제리콜 통보를 받은 직후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국토부의 입장을 존중해 리콜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른 시일 내 고객을 위한 조치에 만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편, 국토부는 리콜 결정이 내려진 5건과 이미 리콜계획이 제출된 3건을 제외한 24건에 대한 처리방향도 발표했다. 아반떼 프론트 코일스프링 손상 등 9건에 대해서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제작결함은 아니지만 품질에 문제가 있으므로 공개 무상수리를 하도록 권고했고, 제네시스 ECU 불량 등 3건은 추가조사를, 쏘나타 도어래치 등 12건은 지속 감시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의 제작 결함 은폐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토부의 리콜처분을 환영한다”면서도 “보고된 결함 32건 중 15건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검찰고발도 1건에 불과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이번 5건 역시 검찰고발이 아닌 수사의뢰에 그쳤다. 현대차의 결함 은폐?축소 시도는 모두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다. 앞으로 국토부는 시정명령, 검찰고발이 확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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