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장하성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김광두 신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겨레>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새 정부의 ‘경제개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청와대 정책실장에 개혁성향의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임명하고, 정책실장과 함께 ‘경제 투톱’을 맡을 경제부총리에 실무형 색채가 강한 경제관료 출신의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내정한 것은 경제개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장 정책실장은 1990년대 중반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운동을 시작해 한때 ‘재벌 저격수’로 불린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다. 또 20여년 동안 경제개혁운동을 하면서 관심 분야를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 등으로 확대해 폭넓은 연구를 해왔다. 문 대통령은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변화시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장 정책실장도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는 국가는 성장했지만 가계소득은 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지디피(GDP) 중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저 수준”이라며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수요 확대, 투자 활성화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불평등 해소의 가장 근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장 교수를 적임자로 보고 진작부터 영입 노력을 했으나, 거듭된 고사 끝에 최근에야 승낙을 받았다. 18대 대선 때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국민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장 정책실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일절 정치참여를 하지 않았으나, 새 정부 인사에 감동을 받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인선 발표 이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앞서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려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했다. 결국 경제개혁의 컨트롤타워와 주무부처의 책임자를 모두 개혁성향 인사로 앉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캠프 내부에서 “참여정부의 경제개혁이 실패한 것은 경제에 자신이 없다 보니 관료와 재벌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새 정부는 그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실천한 셈이다.
개혁진영에서도 새 정부에서 경제개혁이 성공하려면 개혁성향의 인사들이 함께 팀워크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과거 참여정부는 여러 개혁성향의 경제학자들이 참여했지만 하나의 세력을 이루지 못하고 개인으로 파편화돼 개혁 실패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이 밑바탕이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0년 동안 시민단체에서 경제개혁운동을 함께해온 긴밀한 관계다. 새 정부의 경제개혁을 위한 토대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보다 한층 탄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장 정책실장은 경제뿐만 아니라 노동, 복지, 사회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펴온 학자이고, 단지 연구실에 앉아 있지 않고 일을 기획하고 집행한 경험과 리더십이 있는 분”이라며 “든든하다”고 말했다. 장 정책실장과 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 원장)와 2015년부터 보수-진보 합동토론회를 공동으로 주관하며 한국 사회의 개혁과제를 함께 논의한 인연도 있어, 향후 ‘3각 공조’도 기대된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새 정부의 경제개혁 컨트롤타워라면 경제부총리는 개혁을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총책임자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경제부총리에 내정한 것은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과 안정적 관리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과거 김 후보자와 일한 적이 있는 한 전직 차관도 “김 후보자가 대표적인 노력가로 윗사람을 모실 때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내세우기보다 대통령이 정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정부는 청와대보다 내각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개혁성향의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거나 대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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