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계약서 안주고, 대금 늦게 주고, 야근비용 떼먹고 …
삼성·한화·한솔·농협 등 국내 대기업 계열의 소프트웨어(SW)회사 4곳이 거래 중소기업에 각종 ‘갑질’을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과징금 780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제재만 내렸다. 공정위는 현행 과징금 규정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보고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공정위는 28일 시큐아이(삼성), 한화에스앤씨(한화), 한솔인티큐브(한솔), 농협정보시스템(농협) 등 소프트웨어 개발·구축·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4개 대기업 계열사들이 2014년 7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사이에 하도급법을 위반한 혐의로 적발해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기업들은 138개 중소기업과 하도급거래를 하면서 244차례나 계약서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업종은 발주자의 잦은 작업내용 변경에 따라 계약의 세부내용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사업자인 대기업이 중소 하도급업체들에게 계약서를 늑장 지급하는 것이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또 중소기업이 위탁업무를 끝냈는데도 하도급대금을 주지 않다가,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이후 지급했다.
대기업들은 또 자체 내부사정 때문에 하도급 거래가 중단되거니 비용이 늘어나도 모든 책임을 중소기업이 지도록 하는 등의 부당한 특약조항도 계약서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일 예로 시큐아이는 자체 사정으로 하도급업체에 특근, 야근 등을 시켜도 추가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한화에스앤씨는 공사수행 중에 발생하는 재해나 안전사고는 설령 자기 잘못이라도 중소 하도급업체가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하도급법은 이처럼 중소 하도급업체의 잘못이 아닌데도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부당특약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의 김남용 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중요성에 커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의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을 위해 대기업 갑질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4개 대기업에 과징금을 고작 7800만원만 부과하는 솜방망이 제재를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법위반행위에 대한 현행 과징금 부과 규정이 지나치게 약해 법위반 억지효과가 적다고 보고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과징금 규정은 대기업이 공사대금을 안준 사건의 경우 공정위 조사 착수 이후라도 뒤늦게 대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그동안 밀린 이자가 3억원을 넘어야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계약서 미교부 행위도 계약금액이 5천만원을 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대기업의 밥위반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징금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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