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재벌 계열사들의 내부거래액이 지난 2년간 23%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그동안 실효성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문재인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정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자산 10조원 이상 총수있는 22개 재벌에 속한 984개 계열사의 내부거래 총액은 2016년 133조6천억원으로 2014년의 154조9천억원에 비해 13.7%(21조2366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발표했다. 반면 이들 계열사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이 30%(상장사 기준·비상장사는 20%) 이상으로 개정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 적용대상인 91개사의 2016년 내부거래액은 7조9천억원으로, 2014년의 6조4천억원에 비해 23.1%(1조4857억원) 급증했다.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는 회사이익을 빼돌리는 행위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막아 공정한 거래질서는 해치는 등 폐해가 심하다.
그룹별로 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내부거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재벌은 롯데로 무려 1만8467%(내부거래 증가액 5695억원)에 달했다. 롯데의 내부거래 급증은 롯데정보통신이 새로 규제대상에 포함된 영향이 컸다.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증가액에서는 삼성이 2조2082억원(284%)로 가장 컸다. 삼성의 내부거래 급증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영향이 컸다.
이처럼 재벌 전체의 내부거래 규모가 10% 이상 줄었음에도, 정작 정부가 일감몰아주기를 감시 중인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재벌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는 20% 이상 많이 늘어난 것은 2013년 도입된 공정거래법 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의 미비점과 박근혜 정부의 소극적인 조사로 인해 규제의 실효성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공정위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위반으로 제재한 재벌은 현대, 한진, 씨제이 등 4개에 불과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행 공정거래법이 기업의 효율성 증대·보안성·긴급성이 있는 내부거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재벌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주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법개정 이후 공정위의 전담부서 신설에 반대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되는 총수일가 지분을 상장사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비상장사는 20%로 동일), 과징금 부과 강화, 전담조직(기업집단국)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자산 10조원 이상이고 총수가 있는 재벌 계열사 중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가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 등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하면 제재한다. 공정위는 오는 10월부터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재벌을 자산 5조원 이상으로 더욱 확대한다. 공정위는 김상조 후보자가 정식 임명을 받는대로 법위반 혐의가 있는 재벌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지난 2월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재벌들로부터 내부거래 현황 자료를 받아 법위반 혐의를 살피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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