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분야에서 사회적 대타협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내면 제가 (노사 양쪽을) 매일 업고 다니겠습니다.”
보건의료산업 노사공동포럼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연 ‘국가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 초청간담회’에서 이 부위원장이 한 말이다.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동포럼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의료산업사용자단체협의회(준)가 함께 구성한 단체로, 지난 대선 이전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목표로 보건의료 분야 정책을 협의해왔다. 이날 간담회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논의의 첫 단추를 꿰는 자리였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일자리위원회에 보건의료분과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보건의료 노사는 그동안 “보건의료는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일자리 창출 여지가 많은 분야”라며, 일자리위 내 보건의료분과 설치를 요구해왔다. 일자리위가 이처럼 사회적 대타협에 적극 나서는 데에는 대타협 없이는 ‘일자리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인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부위원장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속한 중소사업장이 굉장한 어려움에 처하고,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본다. 또 노동시간을 줄이면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드는 딜레마에 처한다”며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없으면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를 통해 “우리가 도약할 미래는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고, 격차를 줄여가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보건의료 노조와 사용자, 청소노동자, 민간중소병원, 지방의료원연합 등 보건의료 분야 여러 주체가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일자리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 쪽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노사는 보건의료 분야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노사 양쪽은 “노동의 질을 높이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보건의료분야 전문가 제안을 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람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의료체계는 사람이 하는 서비스에 박하고 기계로 하는 서비스에 후한 형태를 보여 왔다. 인구 1000명당 의사와 간호사 수는 각각 2.2명, 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명, 9.6명)에 비해 매우 적다. 반면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OECD 평균(4.7개)의 2.5배(11.7개)에 이르고, 인구 100만명당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는 OECD 회원국 가운데 4위다.
김 교수는 “보건의료분야에 12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적정인력을 확보하면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의료비가 낮아지고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이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확충을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 위원은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정부 입장에서 보건의료분야는 일자리의 보고”라며 “고령화가 진행되면 의료서비스 수요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늘어난 우리나라 총 일자리의 25%가 보건복지분야의 공공사회서비스 일자리였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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