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은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과 지역·민간의 주도성 강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사회적기업활성화전국네트워크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제1차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을 열었다. 새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정책에 따라 민간 사회적경제 단체나 시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점검해보는 자리였다.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경제진흥원, 사회적기업 관계자 및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사회적경제 관련 법제도 정비와 금융시스템 마련, 인재양성 등 기반 조성 작업을 중심으로 새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으로 내정된 최혁진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발제에서 “새 정부는 사회적경제를 협력성장 및 포용생산의 주체로 바라본다”고 밝혔다.
■ ‘사회적경제 3법’ 제정, 민관 협력 창구 마련
이날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경제가 안착하기 위해선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법적 근거가 있어야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 체계를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혁진 CSO는 “지금까지 여러 자치단체, 현장 활동가, 연구자들이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을 사용했지만 정부차원에서 공식용어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며,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사회적경제가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의미부여하기도 했다.
현재 사회적경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은 ‘사회적경제기본법’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일명 사회적가치기본법)’, ‘사회적경제기업제품의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세 가지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이 영역을 어떻게 정의하고 육성할지를 규정한다면 ‘사회적가치기본법’은 공공기관이 일상적인 경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을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다소 추상적인 사회적경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기준을 마련하며, 높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정부가 공공조달을 통해 지원하자는 게 이들 법의 취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회적경제 기업 육성 3법 제정을 추진하고 실행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공약대로 청와대는 사회적경제 영역을 통합 관리할 조직을 신설했다. 일자리수석실 산하에 사회적경제비서관을 둔 것이다. 실제 행정부 각 부처에 흩어진 사회적경제 담당 부서는 10여 곳이 넘고 사회적 경제 조직이 각 부처를 찾아다니며 업무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일선 사회적경제 조직의 어려움이 컸다. 청와대에 담당자가 배치됨에 따라 부처간 통합 조정은 좀 더 원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정책의 통합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회적경제비서관이 (일자리수석실에 있다고) 일자리 양적 확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사회적경제의 다원적, 다면적 가치를 반영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 우선 조달로 기반 마련해야
토론회 참석자들은 새 정부가 금융지원 및 인재양성 등 사회적경제의 기초 인프라 구축에도 힘써 주길 기대했다. 현재 창업 인큐베이팅에 집중된 지원책을 인큐베이팅 단계 이후 성장기에도 마련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금융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지원하는 자본인 ‘사회적금융’이 사업초기와 성장기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원조만으로 운영되는 형태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사회적경제가 참여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정부의 핵심과제로 꼽고 5년간 81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일자리 중 보육, 돌봄, 교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는 사회적기업이 우선적으로 연계협력하기 좋은 분야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우선 공급하게 되면 민간기업에 비해 일자리 질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가치도 보다 많이 창출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외에도 주거복지, 도시재생사업 등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도 사회적경제가 주체로 참여하기 좋은 분야로 꼽힌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은 현재 정부 중앙부처가 재정을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을 사회적경제 일자리로 바꿔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교육부의 장애학생 교육지원 일자리를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단체가 전담하는 방식 등이다.
이날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당시 공약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부 내 조직과 인력이 정비되면 구체적인 사회적경제 관련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혁진 CSO는 “이윤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사회적경제는 언제든지 융·복합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시민단체, 사회적경제 조직, 정부 등이 협력해서 의제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창훈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