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인 ‘갑질 하도급행위’로 중소기업을 울려온 ‘반칙왕’으로 한화그룹 계열인 한화에스앤씨, 범현대가에 속하는 현대비에스앤씨 등 11개가 꼽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기업 명단을 공개한 것은 2014년 6월 이후 3년 만이다.
공정위는 29일 ‘2017년도 하도급거래 분야 상습 법 위반사업자’로 11개 기업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3년간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해 제재를 3차례 이상 받고, 제재 유형별 누적 벌점이 4점이 넘었다. 제재 유형별 벌점은 검찰고발(3.0점), 과징금 부과(2.5점) 등 제재 수위가 높을수록 커진다.
기업규모별로는 재벌 가운데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스앤씨가 유일하다. 중견기업으로는 현대가 3세인 정대선 사장이 대표인 현대비에스앤씨를 비롯해 동일, 에스피피조선, 신성에프에이 등 4곳이다. 중소기업으로 더 중소기업에 ‘갑질’을 한 곳은 대경건설, 군장종합건설, 한일중공업, 넥스콘테크놀러지, 세영종합건설, 아이엠티 등이다. 현대비에스앤씨, 동일, 에스피피조선 등은 2년 연속, 대경건설은 3년 연속으로 포함됐다.
공정위는 상습적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하는 기업이 늘자 2010년 하도급법을 개정해 2014년까지 매년 반칙왕을 선정해 공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기간인 2015~2016년은 내부적으로 해당 기업을 선정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정재찬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부위원장이 재직한 기간이다. 정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 관련 특검수사에서 2015년 삼성의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삼성물산 주식 매각물량을 줄여준 혐의가 드러났다. 공정위는 “상습 법위반 기업으로 선정되면 공공발주사업 입찰에 참여할 때 점수가 깎이는 불이익을 받는다”며 “하도급법 취지를 감안할 때 명단을 공표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부의견이 많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갑질 근절 약속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넥스콘테크놀러지가 76개 중소기업에 대해 어음할인료 2억5천만원, 지연이자 4천만원, 어음대체결제 수수료 1800만원, 하도급대금 490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과징금 2억6천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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