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 연회장에서 함께 미국을 방문한 경제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문 대통령. 워싱턴/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경제인단이 향후 5년간 대미 투자 128억달러(약 14조6천억원)와 구매 224억달러(약 25조6천억원) 등 모두 352억달러(약 40조원)에 이르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새 정부 출범 뒤 한-미 정상이 처음 만나는 것을 계기로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을 완화하며, 문 대통령의 방미 외교를 측면지원하는 등 ‘1석3조’의 효과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방미 경제사절단 참여 기업 52곳의 40조원 규모 대미 투자·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3억8천만달러 규모의 가전공장을 짓고, 텍사스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에 2020년까지 15억달러를 추가 투자한다. 엘지전자는 2019년까지 테네시에 2억5천만달러 규모의 가전공장을 건설해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하고, 뉴저지에 3억달러를 투자해 2019년까지 신사옥을 건립한다. 에스케이(SK)는 에너지 분야 등에 최대 44억달러를 투자한다. 에스케이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콘티넨털리소시스와 셰일가스 탐사·생산분야 투자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친환경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 개발, 신차·신엔진 개발 등에 31억달러를 투자한다.
또 두산은 미국 자회사인 두산밥캣 등의 공장 증설과 차세대 제품 개발, 연구개발 투자에 7억9천만달러를 투자한다. 씨제이(CJ)는 씨제이제일제당 식품·바이오부문 생산공장 신규 증설과 씨제이대한통운·씨제이씨지브이의 현지기업 인수합병 등에 10억5천만달러를 투자한다. 엘에스(LS)그룹은 미국 남부에 4천만달러 규모의 자동차 전장 부품공장을 건설하고, 케이블 생산 자회사인 슈피리어에식스의 설비와 연구개발에 3억2천만달러를 투자한다. 지에스(GS)그룹은 지에스건설이 실리콘밸리 주택단지 재건축사업에 1천만달러를 투자하고, 한진그룹은 로스앤젤레스 화물터미널 개보수에 700만달러를 투자한다.
중견·중소기업들도 미국의 첨단 신산업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모바일 지문인식 모듈업체인 크루셜텍,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데이터스트림즈, 반도체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엑시콘 등은 각기 수천만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또 투자와 별개로 액화천연가스, 액화석유가스(LPG), 항공기 구매 등으로 앞으로 5년간 224억달러어치를 구매할 계획이다. 에스케이는 2020년부터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와 액화석유가스를 매년 18억달러씩 구매한다. 한진은 5년간 102억달러에 이르는 보잉항공기 50대를 추가 구매한다.
대한상의 윤옥현 국제동향분석팀장은 “삼성전자 가전공장의 투자 규모는 애초 알려졌던 3억달러보다 더 늘어났고, 에스케이·두산·엘에스 등의 투자도 새롭게 발표된 것”이라며 “기업들이 미국 시장 공략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문 대통령의 방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동안 내부적으로 검토하던 투자·구매 계획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3일 4대 그룹을 급히 만나 새 정부 경제개혁 정책의 취지와 방식을 설명하며 대기업들의 우려를 불식하려 노력한 것도 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한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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