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코레일, 인력충원·장비투입 요청 무시”
작업매뉴얼에도 ‘열차에 충돌 가능’ 명시돼 있어
시설 노후화로 작업량 느는데, 정원은 40% 줄여
한달 사이에 철도노동자 2명 잇달아 사망사고
작업매뉴얼에도 ‘열차에 충돌 가능’ 명시돼 있어
시설 노후화로 작업량 느는데, 정원은 40% 줄여
한달 사이에 철도노동자 2명 잇달아 사망사고
지난달 28일 발생한 서울 노량진역 철도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사고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노동조합의 인력 충원과 장비 투입 등 안전대책 요청을 무시하고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업무의 정상적 수행과 최소한의 안전 확보를 위한 영등포시설사업소의 인력 확충과 장비 투입을 회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회사가 이를 무시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코레일 역시 사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이를 막기 위한 어떠한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레일 영등포시설사업소 소속인 고 김창수(57)씨는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 영등포역과 노량진역 사이에서 분니제거 작업을 하기 위해 작업표지를 세우던 중 전동열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 5월 광운대역에서 철도노동자가 열차에서 추락해 숨진 뒤 한달 만이다. 분니는 열차 압력으로 선로 밑에서 분쇄된 자갈이 물과 혼합돼 표면으로 분출하는 현상으로 궤도 침하 등이 동반된다. 특히 사고발생 구간은 시설 노후화가 심해 분니가 집중되는 지역이지만, 오히려 정원은 2005년 42명에서 현재 24명으로 43% 감축됐고, 작업 인원은 12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영등포시설사업소 상황으로는 업무의 정상적 수행이 어렵고 최소한의 안전도 확보되지 않는다며 노조 쪽은 인력 충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지난해는 시설관리원 공모 등을 통해 영등포시설사업소에 추가 인력을 배치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약속된 공모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는 “적은 인력으로 작업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포크레인 등 장비 투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레일 역시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제작·배포된 ‘일반철도 선로유지보수 작업매뉴얼'에는 분니 제거 작업과 관련해 “작업표 건식 중 열차에 접촉해 다칠 우려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노량진~영등포 구간은 선로간 간격이 철도건설규칙상 최소 간격인 4.5m를 확보하지 못한 4m에 불과하고, 작업 중 열차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 2012년까지는 위험 A등급으로 분류돼 열차 운행 마감 이후에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열차 운행 마감 시간을 밤 12시40분에서 새벽 1시30분으로 늦추고, 2012년에는 위험 등급을 운행 중 작업이 가능한 B등급으로 하향조정하면서도 상응하는 안전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8월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열차접근경보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철도노동자의 안전성을 높여가는 계획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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