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고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회 등 공정위 밖에서는 공정위 스스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내보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정거래위원회 신뢰제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공정위 고위 간부가 삼성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사건처리·퇴직자 재취업(로비 의혹) 문제로 공정위 신뢰가 떨어지자,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심판관리관·감사담당관·공정위 노조위원장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두달 동안 운영해 9월께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6급 이하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간부회의 토론을 거쳐 외부 토론회까지 진행하는 이른바 ‘바텀 업’(Bottom-up)방식이라고 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바텀 업 방식에 대해 “조직의 장이 결정하고 하달하는 방식으로는 공정위가 바뀔 것이냐 하는 의문이 생겼다”며 “그런 방식으로는 과거 위원장들이 했던 것처럼 (실패의) 악순환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정위가 변화해야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의 사건 조사 절차와 심의 과정을 개선하고, 공무원 행동강령을 만드는 것을 태스크포스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김상조 위원장이 내놓은 개선 과정이 공정위가 잘 작동되지 않았던 구조를 분석해 개선점을 마련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회 보좌관은 “행정고시 우수자들이 공정위를 지원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퇴직자들이 로펌이나 기업 고문 등으로 간 것을 보고 들어온다”며 스스로 개선책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했다. 공정위 퇴직공무원(취업심사대상) 재취업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기업 고문 등으로 옮긴 공정위 고위공무원은 20명에 이른다.
최병천 공정위 담당 전 국회 보좌관은 “바텀 업으로 신뢰제고 방안을 만들면서 민간 당사자 참여가 없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가 사건을 늑장 처리하는 이유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등에 보다 많이 정보를 공개하고, 공정위는 ‘힘센 놈’과 싸우는 쪽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솔직히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면서도 “(욕을 먹는) 이유 중에 하나는 공정위가 그동안 크고 작은 실수를 했고 판단에 중요한 오류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국민께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과를 드리는 자리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세종/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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