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통행료를 걷으면서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온 천안논산고속도로가 경쟁노선 신설로 인한 통행수입 손실분을 세금으로 보전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2002년 개통한 천안논산고속도로는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된 대표적 민자고속도로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맥쿼리)가 2005년 경영권을 확보했다.
10일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천안논산고속도로 주식회사는 지난 1월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서부내륙고속도로가 신설될 경우 천안논산고속도로의 교통량 및 통행료 수입의 현저한 감소가 예상된다. 실시협약에 따라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손실 보전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천안논산고속도로가 국토부에 제출한 ‘고속도로 교통수요 재추정 용역보고서’를 보면, 천안논산고속도로와 경쟁노선이 될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서부내륙고속도로(평택~부여~익산)와 연결노선이 될 천안평택고속도로가 동시 개통한다는 가정 아래, 최초 개통되는 2022년부터 최종 완공되는 2032년까지의 교통수요를 예측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경우에 비해 통행량은 2022년 3.6%, 2025년 10.1%, 2032년 16.1% 감소한다. 통행수입은 현재 상태가 유지될 경우 2032년 2444억원이 예상되지만, 경쟁노선이 개통할 경우 2040억원이 예상돼 연간 4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천안논산고속도로가 정부 재정으로 손실 보전을 해달라고 요구한 근거는 정부와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른 것이다. 정부와 천안논산고속도로 간 실시협약에는 “정부는 사업기간 중 도로 교통량의 현저한 감소를 초래하는 신규노선을 신설하는 경우 사업시행자와 협의하여 그 손실을 보상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이 협약대로라면 서부내륙지역의 고속도로 교통망이 발전해 교통량이 분산될수록 민간투자사에 정부 재정으로 손실보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아직 신규노선이 개통되지도 않았고, 손실보전금을 지급할 정도로 교통량의 현저한 감소가 예상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부내륙고속도로 등의 건설에 앞서 한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현저한 통행량 감소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며 “현 시점에서 손실 보전에 대해 협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이전에도 비싼 요금과 막대한 정부지원금으로 논란이 돼왔다. 81㎞ 구간 요금이 9400원에 달해 정부 재정으로 건설한 공공고속도로의 같은 구간 요금 4500원보다 2.1배나 비싸다. 막대한 통행료 수입을 거두면서도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보조금을 받아왔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총 6010억원의 세금이 천안논산고속도로에 들어갔다.
안호영 의원은 “값비싼 요금과 막대한 재정 낭비에 이어 도로망 확대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정부에게 보장하라고 하는 등 민자고속도로의 폐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토부는 그간 무분별하게 추진됐던 민자사업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비싼 통행료를 받으면서 정부 보조금도 챙기는 민자도로에 대해, 요금을 인하하고 재정지원을 줄일 수 있도록 운영사업자를 변경하고 실시협약을 다시 체결하는 등의 조처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맥쿼리 관계자는 <한겨레>에 “2022년 최소운영수입보장 적용이 만료돼 교통량 감소에 따른 수익 저하가 고스란히 민간투자자의 손실로 귀속될 우려가 있다”며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장된 펀드운용사로서 실시협약에 근거해 국토부에 협의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