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돌 맞은 서정호 앰버서더호텔 회장
유일한 ‘토종’ 민간자본 특급호텔
전문화·차별화로 IMF·사스 극복
“중국은 잠재적 고객…미래 밝아”
창립 50돌 맞은 서정호 앰배서더호텔 회장
모든 것이 아쉽고 어려웠던 1955년 10월, 서울 장충동 한켠에 2층짜리 서양식 여관 ‘금수장’이 문을 열었다. 객실 19개에 레스토랑 하나가 딸린 작은 여관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 지상 19층, 객실 460개의 특급 호텔로 우뚝 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창립 50주년을 맞은 앰배서더 호텔은 외국계와 재벌 계열이 휩쓸고 있는 호텔업계에서 ‘토종’ 민간자본 호텔로는 유일하게 특급호텔로 성장했다. 4개 호텔과 의종개발(호텔 시설관리업체) 세한실업(호텔 세탁물 전문업체) 등 호텔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앰배서더호텔 그룹의 자부심은 여기서 비롯된다. 서정호(52) 회장은 “호텔은 자금동원력, 운영기법, 기획력이 모두 필요한 ‘종합예술업’”이라며 “50년의 역사는 큰 자산이고, 우리의 경험과 전통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특급호텔 가운데 50년 넘게 이어온 곳은 없다. 하얏트, 프라자, 롯데, 신라호텔 등은 모두 78년에서 80년 사이에 세워졌다. 그들 대부분은 재벌그룹 소유다. 신라호텔은 삼성, 인터콘티넨탈은 엘지, 워커힐은 에스케이, 프라자는 한화그룹이 낳았다. 호텔이 워낙 자본집약적이면서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보니, 다른 계열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탓이다.
앰배서더의 생존 비결은 ‘전문화’와 ‘차별화’다. 모든 핵심역량을 호텔에만 모았다. 또 시대 흐름을 잘 읽어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라마다르네상스와 스위스그랜드, 힐튼 호텔 등 특급호텔이 잇달아 문을 열 때는 세계 4위 규모의 호텔체인인 아코르와 손을 잡았다. 모두가 별 다섯개짜리 특급호텔에만 관심을 기울이던 90년대에는, 프랑스의 호텔체인 노보텔과 손잡고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추되 객실료는 30% 싼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을 선보였다. 이어 2003년에는 중저가 호텔인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까지 문을 열었다.
주위의 우려는 객실 점유율 90%를 넘어서는 성공으로 보란듯이 날려버렸다. 97년 갑작스런 경제위기로 호텔을 날릴 뻔하고, 2003년 사스 때문에 매출이 30% 이상 급감했던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 자산을 싼값에 팔고 직원들이 자발적인 임금동결에 나서 위기를 벗어났다.
서 회장은 금수장 여관을 세운 고 서현수 창업주에게서 지난 88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이다. 대학에 입학한 뒤 호텔 주차원부터 접시닦이, 청소부, 식당 종업원 등 모든 ‘현장’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은 그는 100억원에 불과하던 호텔 매출을 10배 가까이 키워냈다. 그는 “고객의 요구는 계속 바뀌고 있다”며 “5성급부터 값싼 호텔까지 모든 수요를 안을 수 있는 것이 앰배서더호텔 그룹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요즘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한다. 콘도형 호텔과 호텔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 등 호텔과 비슷한 상품이 나오면서, 2002년 이후 호텔업계의 매출은 정체상태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병균과 전염병, 테러, 전쟁 등이 관광산업이 외부요인에 취약해진 점도 고민이다. 하지만 서 회장은 “우리 옆에는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잠재적 고객이 있고, 관광산업 자체에 대한 미래는 밝다”며 “지방화 시대에 대비해 지방에 많이 진출하고, 언젠가는 앰배서더라는 이미지가 한국 호텔체인의 대표로 알려질 수 있도록 꾸준히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 회장은 요즘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한다. 콘도형 호텔과 호텔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 등 호텔과 비슷한 상품이 나오면서, 2002년 이후 호텔업계의 매출은 정체상태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병균과 전염병, 테러, 전쟁 등이 관광산업이 외부요인에 취약해진 점도 고민이다. 하지만 서 회장은 “우리 옆에는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잠재적 고객이 있고, 관광산업 자체에 대한 미래는 밝다”며 “지방화 시대에 대비해 지방에 많이 진출하고, 언젠가는 앰배서더라는 이미지가 한국 호텔체인의 대표로 알려질 수 있도록 꾸준히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