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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벌개혁 위한 ‘지주회사’ 17년, 총수 지배권만 강화된 까닭

등록 2017-07-11 17:59수정 2017-07-11 20:46

경제개혁연, 지주회사제 명암 분석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국내 대기업에 권장해온 ‘지주회사’ 전환 방향은 올바른 것이었나? 경제개혁연구소가 17년에 걸친 재벌의 지주회사 전환 시점의 규제 및 지원책을 살펴보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정부가 재벌개혁을 위해 1999년 도입하며 재벌에게 채택을 압박했던 이 제도가 지금은 상속을 앞둔 기업들이 앞다퉈 선호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해 국내 회사의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재벌의 순환출자 문제를 바로잡아 소유지배구조를 좀더 투명하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예를 들어 ㈜LG와 SK㈜는 엘지(LG)그룹과 에스케이(SK)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수십개의 계열사들을 지배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 홍역을 앓고 있는 삼성은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직 순환출자가 남아있어 지주회사로 못 가고 있다.

국내 대재벌들이 지켜보는 눈이 많아 주춤한 사이 중견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최근 부쩍 늘었다. 일반지주회사는 2014년 108개에서 지난해 152개까지 늘었다. 특히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손쉽게 늘리는 방법인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사례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현대중공업·오리온·매일유업·경동도시가스 등 10곳에 이른다. 롯데그룹도 지난 4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박성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인적분할 계획이 올해 1분기에만 10건이 공시돼 과거 어느 해보다 활용빈도가 높다”고 말했다.

도입땐 투명성 높이려 채택 압박
지금은 기업들 선호하는 제도로
2014년 108곳→2016년 152곳
1분기에만 롯데 등 10여곳 추진

지분 뻥튀기 ‘자사주 마법’ 통해
2001년뒤 대주주 지분율 22%p↑
기존 주주 자회사 의결권은 희석
일감 몰아주기·과다배당 부작용

“추진중인 법개정안에도 사각지대
과세특례 폐지·공시 정보 확대를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이 줄을 잇는 것은 이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소유지배구조의 투명화와 특정 계열사 부당지원 감소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그 이후 규제 완화 및 전환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을 통해 오히려 지배주주의 그룹에 대한 지배권만 강화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겨레>가 2001년 이후 지난해 9월말까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상장사 54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주주의 지주사 지분율은 평균 22.6%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는 인적분할 방식 때문에 가능했다. 원래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 회사의 주식(자사주)은 의결권이 없다. 회사가 인적분할하면 법인이 달라지면서 의결권이 부활하게 돼 (총수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력이 높아진다. 이는 대주주 외 주주들에게는 기업 내 발언권이 약해져 이익을 침해하는 영향을 끼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체제 전환 시 자기주식 활용과 분할 자회사에 대한 보통주 주주의 의결권 변동’을 분석한 결과, 기존 주주들의 분할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이 2.56%∼30.38% 희석되는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주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도 눈에 띈다고 했다. 자회사들이 지주회사에 브랜드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상당한 일감을 몰아주고 있어 또다른 형태의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자회사가 지주회사에 과도한 배당을 해서 자회사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일까지 우려된다.

중견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총수일가의 이익을 제한하려는 법 개정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국회에는 현재 박용진 의원과 제윤경 의원 등이 제출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참에 더 폭넓은 개정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정안 역시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적분할 때 자사주 배정을 막는 박용진 안은 분할 신설회사가 지주회사가 되면 무력화된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분할 신설회사인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만든 게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이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된 양도소득세 이연(과세 기간 연장) 등 특례조항을 폐지해 지배주주들에 대한 특혜도 없애야 하고, 새로운 지배구조가 탄생하는 만큼 지주회사 전환 과정과 관련해 보다 많은 정보를 기업이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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