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협력사 회사인수·보상 요구에
“부품공급 중단 협박” 공갈죄 고소
징역6년 등 처벌 초래…1건만 무혐의
“법원·검찰, 불공정 갑을관계 외면”
법원, 태광 전 경영진 2명 영장기각
“부품공급 중단 협박” 공갈죄 고소
징역6년 등 처벌 초래…1건만 무혐의
“법원·검찰, 불공정 갑을관계 외면”
법원, 태광 전 경영진 2명 영장기각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가 부도 위기에 몰린 2차 협력사인 태광공업과 태광정밀(이하 태광)을 인수한 뒤 납품중단 공갈을 당했다고 고소하고, 회사의 소유·경영권을 차지한 ‘신종 갑질’ 혐의가 드러난 가운데, 자동차업계에서 태광과 유사한 ‘공갈죄 고소’ 사건이 추가로 확인됐다.(<한겨레> 7월18일치 1·16면 참조)
18일 태광의 전 경영진 변호인단의 검찰·법원 답변용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부당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경영난에 처한 2·3차 협력사들이 1차 또는 2차 협력사들에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해서 회사를 매각하거나 보상금을 받아낸 혐의(공갈죄)로 고소된 사건은 확인된 것만 6건에 달한다.
현대차의 1차 협력사인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5월 2차 협력사인 대진유니텍을 공갈죄로 고소했다. 대진유니텍이 부품 생산을 멈추고 사업부를 1300억원에 인수하도록 협박한 혐의다. 대진유니텍은 한온시스템의 일방적인 납품물량 축소와 납품단가 인하로 경영 위기에 처했고, 인수계약은 합의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천안지청)이 기소를 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5년에는 현대차의 2차 협력사인 신진엔지니어링이 3차 협력사인 두성테크를 고소했다. 두성테크가 금형과 제품을 숨기고 회사 인수를 요구해 22억원을 받아냈다는 이유다. 두성테크는 신진엔지니어링의 무리한 공장이전과 회사매각 및 재매입 요구 등으로 경영 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했으나,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판사 신민수)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013년에도 현대차의 1차 협력사인 에스엘이 2차 협력사인 지아이에스를 고소했다. 지아이에스가 경영난에 처하자 부품공급 중단을 통보하고 에스엘이 맡긴 금형을 숨긴 뒤 275억원에 회사를 인수하라고 요구해, 50억원의 계약금을 받은 혐의다. 지아이에스는 에스엘이 무리한 투자, 낮은 납품단가 등을 강요해 경영 위기를 맞았다고 호소했으나, 대구지방법원 형사12부(판사 최월영)는 공갈·횡령 혐의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2년에는 현대차의 1차 협력사인 한국단자가 2차 협력사인 진서테크를 고소했다. 진서테크는 부도 위기에 처하자 부당 하도급거래로 손해 본 30억원을 물어내라며 납품 중단을 선언해서 3억원을 받아낸 혐의다. 1심 재판부(인천지방법원)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판사 민유숙)는 이를 뒤엎고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2012년 지엠의 1차 협력사인 한성실업과 2차 협력사인 삼광기업이 공동으로 3차 협력사인 태진정밀공업을 공갈죄로 고소한 사건도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2014년 지엠의 1차 협력사인 동국실업과 에이스테크놀로지가 2차 협력사인 프리마오토와 프리마테크를 공갈죄로 고소한 사건은 검찰(수원지방검찰청)이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를 내렸다.
이들 사건의 배경에는 예외없이 부당 납품단가 인하, 납품대금 미지급, 일방적 납품물량 축소 등과 같은 불공정 하도급행위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영 위기가 놓여 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하청 중소기업만 무겁게 처벌했다. 태광 쪽의 조인명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은 1차-2차 협력사, 2차-3차 협력사 간에 ‘갑을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검찰·법원이 모두 ‘갑질 도우미’로 비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6건의 사건 중에서 4건은 현대차와 거래하는 기업들이다. 또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간의 분쟁이 많지만, 일부는 2차 협력사와 3차 협력사 간의 분쟁도 섞여 있다. 태광 쪽의 오영중 변호사는 “하도급거래 전반에 불공정 문제가 여전히 만연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완성차업체들이 1차 협력사를 통해 2차 이하 협력사들을 손쉽게 통제·관리하기 위해 ‘공갈죄 고소’ 수법을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1차 협력사와의 납품가격 산정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2차 이하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도 여러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의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검찰(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이 태광의 전 경영진 2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죄 성립 여부에 관한 다툼의 소지가 높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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