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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법정에서 드러난 ‘커튼 뒤 조직’의 실체

등록 2017-07-22 10:13수정 2017-07-22 19:46

삼성 서초사옥의 삼성 로고가 나뭇가지에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의 삼성 로고가 나뭇가지에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별 출연 분담금 정해 통보
‘미전실’ 단어 입에 올리는 건 금물
삼성, “이 부회장 승계 예정됐을 뿐
미전실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
‘커튼 뒤의 조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금은 해체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 미전실은 고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명칭을 달리하며 계속 존재했다. 회장 비서실(1959~1998)→구조조정본부(1998~2006)→전략기획실(2006~2008)→미전실(2010~2017).

그동안 미전실은 막강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그 정확한 모습은 커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재판 과정에서는 미전실의 속살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우선, 계열사별로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 분담금을 정해 통보한 것도 미전실이었다. 삼성물산 한 임원은 “미전실에서 연락을 받고 전결 사항으로 15억원 미르재단 출연을 결정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미르재단이 어떤 재단인지 사업계획서를 받지도 않고 지시에 따랐다는 얘기다. 제일기획, 삼성전자, 에스원 등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였다. 제일기획의 한 직원은 “(미전실로부터) 협조 요청이 오는 경우 거부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내부에선 미전실이란 단어조차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다. 삼성전자 한 임원은 “(미전실에서 계열사로 돌아온 뒤) 담당했던 업무를 주위 동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삼성그룹 내 전통이라고 생각된다. 컨트롤타워라는 단어 하나도 말을 쉽게 못 한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이에 대해 삼성 쪽 변호인은 “출연을 지시하지 않고 상의한 것이라 생각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미전실 입장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 출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총수 일가는 ‘로열’로 불렸다. 제일기획에서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한 임원은 “김재열 스태프로 있었고 김재열 사장도 ‘준로열’로 생각했는데, 저를 승마협회로 가라고 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장충기 사장이 직접 이재용 부회장의 뜻이라고 말한 것 같지는 않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미전실이 누리는 막강한 권한은 그룹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데서 나온다. 특검은 “(김종중 미전실 전 사장이) 최지성 실장이 ‘이재용에게 합병 추진하는 게 어떠냐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최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관계라는 것이 확인된다. 이재용이 부동의하면 합병이 어찌 되냐 물으니 ‘추진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 쪽 변호인은 “특검의 가장 큰 오류는 이재용과 이건희를 동치시켜 미전실이 당연히 이재용에게 보고해 지시받는 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승계가 예정됐을 뿐 미전실 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미전실의 과도한 역할 자체가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이 재판정에 서게 된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법정에서 “미전실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삼성의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가 성공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삼성 구조는 과거엔 성공 유인이었지만 더이상 현재의 경영환경에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위의 아버지 가신들이 많은 정보를 왜곡하고 올바른 판단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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