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뒤 효과 공동조사 제안
“통상조직 개편 뒤 서울서 열자”
미 속도전 맞서 ‘시간조절’ 나서
사진 연합뉴스, 그래픽_김지야
산업통상자원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염두에 둔 공동위원회 개최 요청에 공식적인 답신을 보냈다. 산업부는 답신을 통해 “자유무역협정 발효 뒤 효과에 대해 공동조사에 나서자”, “워싱턴 아닌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하면서 논의 과정에서 두 나라의 ‘힘 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24일 “미국이 지난 12일 보낸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과 관련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 요청에 대해 동의한다는 뜻을 담은 답신을 미국 쪽에 보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 명의로 전달한 서한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으며, 양국 경제통상관계를 확대·균형의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동의의 뜻을 담은 답신을 보냈지만, 두 나라가 당장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논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 산업부는 답신에서 “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의 효과에 대해 양쪽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연구·평가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에 불만을 내비치면서 ‘개정협상’을 위한 공동위 개최를 요청했다. 양국이 공동위 개최 목적에 대해 여전히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공동위원회 개최 장소를 두고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미국 행정부는 12일 보낸 서한에서 “무역불균형 문제를 다루기 위해 협정 개정 및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운영을 검토하자”며 요청 뒤 30일 안에 워싱턴에서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는데, 산업부는 답신에서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또 공동위원회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우리 쪽 공동의장을 맡는 통상교섭본부장의 임명과 산업부 내 통상조직 설치 등 우리 정부의 조직개편이 완료된 뒤 가까운 적절한 시점에 개최하자”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 12일 만에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 요청 서한을 보내는 등 논의를 재촉해온 미국 행정부의 제안에 대해 사실상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답신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쪽의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 요청에 대한 우리 쪽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며 “두 나라 사이의 통상채널을 통해 공동위원회 개최 관련 세부사항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