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셋째)이 김태년 정책위 의장(왼쪽 넷째) 등 당 관계자와 손을 잡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경기도가 광역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도입해 버스기사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버스기사의 무제한 연장근로를 허용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최근 잇따른 버스 사고의 주된 원인이 버스기사들의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 있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당정협의를 거쳐 마련한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28일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버스기사의 무제한 연장근로를 허용한 근로기준법을 손보기로 합의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까지로 제한하지만, 일부 특례업종에 대해서는 무제한 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운수업은 근로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을 개정해 운전자의 연속 휴식시간을 현행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휴식시간 확대 방침이 추진되면 2000명 정도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당정은 추정했다.
또 휴게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유명무실했던 여객법상 ‘2시간 운행 뒤 15분 휴식’ 원칙을 보장하기 위해 경기도와 버스협회, 공제조합이 비용을 분담해 서울역, 강남역 등 광역버스 주요 회차지점에 공간을 임차해 휴게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할 수 있는 고속버스, 시외버스와 달리 광역버스 기사는 회차지점이 주요 도심지라 사실상 휴식이 불가능했다. 정부는 휴식시간 미준수 등 법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근로시간 개선에 따른 운수업체의 추가 고용 부담은 고용창출지원금을 통해 정부가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광역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도입해 버스회사의 손실을 보전하고, 근로여건을 개선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경기도는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에 비해 민간 버스회사들의 기사 처우가 열악해 버스기사를 추가 고용하기 어려워 기사들의 장시간 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노선별 운행 횟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되 적자분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으로 지원해준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경기도가 50%, 버스 노선 인면허권을 가진 시·군이 50%의 재정부담을 하는 방식으로 준공영제를 추진해왔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선 협의된 12개 시·군의 광역버스에 대해 올해 12월부터 준공영제를 실시한 뒤 향후 늘려갈 방침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전방충돌경고기능(FCWS)을 포함한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장착 의무 대상을 기존 11m 초과 승합차량에서,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9m 이상 사업용 승합차로 확대해 현재 운행중인 수도권 광역버스 3000여대로 넓혔다. 국토부는 장착 비용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 자리에서 “최근 경부고속도로 버스 사고의 직접 원인은 졸음운전이지만 바탕에는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리는 버스 운전자들의 열악한 근로여건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며 “다시는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없도록 정부가 마련한 대책에 당의 전폭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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