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016년 2월1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된 김현종(58)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에프티에이 전도사’로 알려진 김 본부장이 10년 만에 ‘통상정책의 수장’으로 컴백하면서, 과거 정부의 ‘밀실 협상’을 비판해온 노동·농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부활한 통상교섭본부를 김 본부장에게 맡긴 것은 그를 향한 ‘변치 않는 신임’을 뜻한다. 외교관 아들로 일본·미국 등에서 자란 김 본부장은 고등학교와 대학 석·박사를 마친 뒤 1989년부터 국내 로펌에서 근무했다. 그는 1995년 외교부의 통상자문 변호사를 맡으면서 정부 정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통상전문관과 통상교섭조정관(1급)을 거쳐 2004년 3월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됐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로 있던 시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탁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도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에프티에이 가정교사’로 불릴 정도로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에게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고, 그에 따라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협상 전반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마친 뒤에는 유엔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데 이어, 5·9 대통령 선거에선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을 맡은 전문가그룹 ‘국민아그레망’ 소속으로 활동했다.
김 본부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지만 과거 이력 등으로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유엔 대표부 대사를 마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09년 3월, 삼성전자 해외법무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입길에 올랐다. 한-미 에프티에이가 개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삼성에서 국외 특허·반덤핑 등의 업무를 맡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맡은 4년 임기의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자리도 사임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국제기구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까지 데려다 써야 할 만큼 인재풀이 부족한가”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미국에 유리하도록 후퇴한 에프티에이를 체결한 장본인”이라며 김 본부장에 대한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농민단체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26일 김 본부장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김 본부장을 다시 임명하면, (한국이 또) 끌려다니는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농민들의 고통과 호소를 외면하고 한-미 에프티에이를 추진했던 장본인”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김현종(58) △미국 윌브램앤먼선고,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통상교섭본부장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특명전권대사 △삼성전자 해외법무 담당 사장 △한국외대 엘티(LT, 언어·무역)학부 교수 △세계무역기구 상소기구 위원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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