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그룹의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1일 경제개혁연대에 공문을 보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6년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금호홀딩스와 계열사 간 자금거래를 하면서 부당지원, 이사회 결의 및 공시의무 위반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제보시스템에 등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공정위는 경제개혁연대처럼 사건의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조사를 요청할 경우 제보시스템에 먼저 등록한 뒤 처리방향을 정하는데, 이번 사건은 공정위 검토 결과 조사 착수 결정이 내려졌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6월 공정위에 공문으로 금호그룹의 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박 회장이 2015년 10월 설립한 금호홀딩스(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과 합병 뒤 사명 변경)는 두달 뒤 금호산업을 인수한 데 이어 2016년에 금호산업·아시아나아이디티(IDT) 등 7개 계열사로부터 966억원(2016년 말 기준)을 빌렸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자본총액이나 자본금의 5%(또는 50억원) 이상 거래를 할 경우 이사회 의결 및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에어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6개사는 대여금이 자본총액의 12~39%에 달하는데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다. 또 금호홀딩스가 외부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의 이자율은 5~6.75%인 데 반해 7개 계열사에 지급한 이자율은 2~3.7%로 훨씬 낮아,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혐의가 제기됐다.
설립자가 밝혀지지 않은 아시아펀드가 금호홀딩스에 출자하기 위한 자금확보용으로 2015~2016년에 발행한 1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금호 계열사인 아시아나세이버가 모두 인수하고, 금호그룹의 2개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에이 등 3개사가 금호홀딩스에 100억원을 출자한 것은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조건으로 제시한 ‘계열사 자금동원 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호그룹은 이에 대해 “금호홀딩스의 차입금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전액 상환했다”고 해명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채권단과 상표권 사용조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어, 공정위 조사가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2009년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금호산업 등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을 사준 것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2013년 공정위에 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으나, 공정위는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내려 ‘재벌 봐주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박삼구 회장 등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또 박 회장 등을 상대로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참여연대에 케이티(KT)가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킨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규정에 따라 산업자본인 케이티를 최대주주로 둘 수 없도록 하는 등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금융위원회와 공정위에 조사 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