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기대만큼 견고하지 못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 등 재고조정 탓에 광공업 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됐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8월호’(그린북)를 보면, 7월 수출(전년동월비)은 선박과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 호조에 힘입어 19.5% 증가했다. 7개월 연속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6월 설비투자(전월비)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5.3% 늘어 전달(1.8%)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경기회복 지표인 수출·투자가 ‘쌍끌이’로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소비부진도 완화되고 있다. 6월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2.4%)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1.7%)가 증가하면서 전달 감소세(-1.1%)에서 증가세로(1.1%) 돌아섰다. 7월 소비 속보지표를 보면, 국산 승용차는 코나·스토닉 등 신차 출시 효과를 누리며 9.8% 증가해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등의 영향으로 휘발유·경유 판매량도 13.7% 늘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이 각각 0.1%, 1.0% 늘었고, 신용카드 승인액도 4.2% 증가했다. 좀체 회복되지 않는 중국인 관광객수(-67.8%)를 제외하곤 소비 속보지표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심리지수가 실제 민간소비 증가로 나타나는 데는 1~2분기 정도 시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말부터 소비자심리지수가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소비심리 회복이 상당기간 소비 회복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경기 회복세는 견고하지 못하다는 진단이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개선에 힘입어 수출·투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소비부진도 완화되고 있지만, 광공업 생산이 조정을 받는 등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또 “수출 증가세, 소비심리 개선 등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회복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통상현안,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북한 리스크 등 대내외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이어지던 경기 호전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기 진단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특정 품목에 대한 높은 의존도 탓에 전체 광공업 생산에 영향을 받는 모습도 나타났다. 6월 광공업 생산은 -0.2%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했는데, 재고조정에 나선 반도체와 특정 정유사의 시설보수 작업이 석유정제에 영향을 미친 탓이었다. 실제 금속가공(3.7%), 기계장비(2.2%), 전기장비(3.1%) 등 품목은 전달보다 생산이 늘었지만, 덩치가 큰 석유정제(-7.4%), 반도체(-3.9%)가 전체 광공업 생산을 끌어내린 셈이다. ‘8·2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된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이 건설 경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상·하방 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는 만큼 여파를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환욱 과장은 “이번 정부 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실수요자 중심의 임대주택 공급 등 투자 확대의 기대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부동산 대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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